최근 논의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화두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주요 핵심은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의 도입이다. 실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적용되는 위법행위는 중과실 또는 악의적 행위이다. 추가하여 그런 행위를 추정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하여 극단적으로 언론 재갈 법이라고 하는 등 비판이 높다. 그렇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자체가 과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까? 관련된 문제점 등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전반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무엇일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사전적 용어는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경우에 실제 손해액보다도 훨씬 더 많은 징벌적 성격의 손해금을 추가적으로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영국 정부가 출판사 등을 억압하는 등 언론 억압이라는 위법행위에 대하여 실손해액에 추가하여 징벌적 손해까지 배상하라는 판결에서 시작된 것이다. 즉 징벌적 성격의 또 다른 민사 구제책이었다. 당초 영미법계에서 발달하였으나 이제는 상당수의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이의 순기능에 공감하고 나아가 이를 도입하고 있다. 초기에는 민사법과 형사법의 중간영역이라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성숙함에 따라 경제적 불이익의 일반 및 특별예방적인 기능이 높다는 측면이 부각된 것이다. 나아가 형사적 구제보다는 민사적인 구제를 통하여 실효성 있는 피해 배상뿐만 아니라 위법행위자의 사회갱생 등도 돕고자 하는 순기능이 주목받은 셈이다.
한국의 경우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간 독점규제법, 특허법 등에서 이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번에 언론중재법에서도 이를 도입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먼저 무엇보다 개정안 상 5배수는 타 법상의 3배수와 차이가 난다. 또한 이 제도의 취지와 연역에 비추어 보면 공권력의 남용행위 등과 같이 반사회적 성향이 높은 행위에 우선 도입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런데 보호해야 할 언론 보도에 역으로 이를 적용하는 것으로 보여 일견 다소 생뚱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미국에서는 언론 보도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시각은 어떠할까? 언론 보도 관련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가 제1차 수정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의 침해가 되는 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또한 적법 절차 조항 위배 여부도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한 논의는 과거부터 있어 왔다. 견해도 대립되는 것 같이 보인다. 다만 중과실 또는 악의적 허위 보도는 일반적인 언론의 자유와는 달리 취급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중과실 내지 악의에 의한 허위의 언론 보도는 헌법상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징벌적 손해 금액이 부당하게 높지 아니하다면 실체적 적법 절차 조항 위배도 아니라고 본다. 일응 그 기준이 4배또는 10배 정도로 보이기는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상 일반적으로 모든 사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실손해액의 10배가 넘으면 위헌으로 볼 여지가 있고, 4배 이상이면 위헌 가능성에 대하여 언급한 이유 설시가 있기 떄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 법원의 판결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금액이 실손해액의 10배를 넘는 사건은 의외로 상당수에 이른다. 연방 법원에서도 예를 들어 실 손해금이 미화 51,146달러인데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6,000,000 달러를 인정하는 오래 전의 판결례도 눈에 띄이기는 한다.
개정안 상의 5배수는 분명 타법과의 형평성 등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의 도입 자체 만으로 언론의 자유 침해라는 해석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과연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역사적으로 민사적 구제의 실효성을 위하여서는 법원이 좀 더 현실적이며 적극적인 손해 배상 제도 운영이 필요하였다. 그런데 법원은 그간 소극적이고 사법 편의적으로 손해 배상 제도를 운영하여 왔다. 이에 따라 많은 문제점이 양산되었다. 법원에서 인정하는 손해배상금액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소액에 그쳐 온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에서 사람이 사망하여도 그 정신적 손해금은 최고 80,000,000만 원에 그친다. 이 역시 최근에 증액된 결과이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어 왔다. 이에 대한 해결책 중의 하나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이다. 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행위자의 반사회성에 따라 그 배상액이 달라지고 그 배상액이 현실적으로 실효성있는 배상 금액이 되도록 재단된 것이다. 이는 손해 배상의 실효성과 직결된다. 나아가 모든 갈등과 분쟁이 형사적 절차로만 나아가는 것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도 있다. 형사 절차는 더 큰 갈등을 야기하고 나아가 갱생이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서 중과실과 악의적 위법행위에 대한 추정규정은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나름 의미도 있다. 중과실 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자유심증주의가 광범위하게 인정됨으로써 다소의 불확실성이 존재하여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견제와 균형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법 농단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에 사법절차에서의 위법 내지 위헌 가능성 상황을 적정하게 통제할 필요도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 입증의 정도와 관련하여서도 검토할 부분은 있다. 즉 일반 민사절차보다는 좀 더 징벌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법원의 실무에서 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것이지 여부는 다소 불확실하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는 민사절차의 경우는 증거 우위(preponderance of evidence)이고 형사 절차의 경우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beyond reasonable doubt)의 입증을 요구한다. 다만 징계 내지 징벌적인 성격이 있는 절차에서는 명확하고 설득력있는 정도(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의 입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를 참조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필요하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개정안은 다른 법과의 형평성 또한 기존 기 반영 3배수와 달리 5배수를 인정하는 등 다소 생경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다른 반사회적 행위의 성격이 높은 불법행위 전반과 함께 검토하여 이 제도를 보완.도입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쟁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언론 분야라는 특수 성격상 가능한 한 신중하고도 주도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와 별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은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의 도입에 앞서 먼저 실손해액의 판단 기준도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가능하면 중과실 등에 대한 추정 판단 기준 등도 구체화하고, 그 입증의 정도 뿐만이 아니라 중과실과 악의 정도에 따라 그 배상금 배수 등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형사제도와 이의 차선적 대안인 징벌제 손해 배상 제도 사이의 상호 합리적 조정과 적정한 균형이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 논의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전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제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를 좀 더 연구.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