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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삶

글 | 이송 기자 2021-07-09 /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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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잡초제거 때문에 거의 10일간 여주 농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이런 시간이 무척 짜증이 났다. 그러나 잡초제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나무와 같이 보내다 보니 이제 정이 드는 것 같다. 그리고 녹음을 한껏 자랑하는 나무가 너무 사랑스럽다. 

 

장마에 대비하여 작은 물통로를 만들고 있다. 물론 이 작업은 굴삭기를 사용하게 되면 간단하다. 그러나 가급적 스스로의 노동력으로 가꾸고자 하는 스스로와의 약속때문에 곳갱이를 들고 도랑을 만들고 있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또한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런 탱빛에 곳갱이질을 하는 스스로가 한심스럽게 보였지만 의외의 행복감을 가져다 주었다. 

 

1,200 평이라는 백지에 나름의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다. 황량한 토양에 도랑을 만드니 나름 인간적으로 보인다. 비록 직선이 아니고 곡선의 도랑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만든 것이기에 친근하게 느껴진다. 가끔은 보기가 싫다. 굴삭기 등으로 반듯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그러나 곳갱이질을 하는 순간이 행복하다. 무엇보다도 다른 잡념을 버릴 수 있다. 그리고 노동의 기쁨을 실제로 체험하게 되니 이 또한 무한한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농막과 비닐 하우스는 보기에도 너무 열악하다. 그러나 자주 이들과 시간을 보내니 이제 친밀한 정도를 넘어 그거 반갑기만 하다. 열악하고 다소 지저분한 느낌은 변하여 아주 오랜 벗을 만나고 있는 느낌마져 준다. 

 

나무는 이제 반려 나무가 된셈이다. 그들 곁에 다가가면 반갑게 인사를 하는 느낌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생명의 푸르럼이 환하게 웃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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