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포도주를 좋아하였다. 사실 포도주에 대하여는 잘 모른다. 그러나 포도주가 연출하는 분위기가 좋다. 포도주를 마실때는 화이트와인과 함께 레드와인을 같이 마신다. 어느 때 부터인가 습관이 되었다. 화이트와인이 주는 상큼함과 아울러 레드와인의 특유의 미각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포도주를 즐기기 위하여서는 먼저 와인잔이 필수적이다. 머그잔에 마시는 포도주는 무엇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도곡동 사무실에서 멋진 와인잔을 샀다. 다소 무리한 금액이었지만 이 와인잔이 가져다 주는 행복은 그야말로 컸다.
독일의 연구소 사택에서 창밖으로 호수를 바라보면서 은은한 쇼팽의 녹턴을 들으면서 마신 레드와인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물론 레드 와인은 아주 값싼 것이었다. 그러나 레드 와인이 가져다 주는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일등석에서 마신 Malbec의 신비로움 맛은 잊을 수가 없다. 포도주에 대하여 잘 모르지만 분위기탓인지 가히 예술적이었다. 당시 바디감이 나름대로 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파리에 도착하여 근처의 편의점에서 비교적 값싼 Malbec에서 같은 느낌을 가지고자 하였으나 전혀 다른 맛이었다. 당연히 등급에 따른 맛이 다를 수 밖에 없음에도.....그 정도로 포도주에 대하여는 무지하였으니...
그러나 나만의 원칙이 있다. 결코 비싼 포도주가 나에게 맞는 포도주는 아니라는 것에 대하여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평소 값싼 포도주가 의외로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런 무지에 대하여 비난할 지 모른다. 그러나 나름의 취향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최근에 회원제 스토아에서 구입한 포도주가 완전히 매혹적이다. 무엇보다도 가성비가 좋았기 떄문이기도 하다. 2019년 캘리포니아 산 레드와인이다. 일반포도주병보다도 훤씬 큰 병에 담긴 레드와인이다. 병은 다소 투박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맛이 나름 매력적이다. 최근 한파에도 불구하고 이 포도주가 준 행복은 환상적이다.
혼자만의 포도주가 주는 행복에 감사하고 싶다. 비록 다른 사람은 값싼 와인으로 치부하더라도.....스스로가 매혹당하고 이를 즐길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축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