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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 일기 96 - 우유니 사막으로 가는 너무 이른 새벽

글 | 김승열 기자 2020-02-27 /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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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 사막으로 가는 너무 이른 새벽

 

 

오로지 어둠만이 존재하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저 멀리 자그마한 불빛이 아스라이 보인다.

간혹 지나가는 버스

어둠을 흔들어 화들짝 놀란다.

   

어디에도 험준하고 광활한 안데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저 어둠의 진한 기운만이 깔려 있을 뿐.

   

세상의 모든 화려함, 잘남, 요란함

모든 살아있는 징표를 다 덮어 버렸다.

모든 것이 안데스 아래 평등하다.

어둠으로 덮힌

차별, 냉대, 불공평

어떤 부정적 의도나 행동이 있을 수 없다.

그저 다같은 어둠일 뿐이기에

   

조금은 권태롭다.

누군가 이를 깨고 싶어하는 듯

간혹 무엇인가 일어날 듯하다.

스쳐 지나는 버스의 불빛

장난치듯 적막을 깬다.

아주 짧은 순간이기는 하지만...

   

더 없이 넓어 보이는 대자연은 그저 조용할 뿐이다.

너무나 작은 버스와 같은 그저 볼썽사나운(?) 존재만이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고

실제로 그것이 그대로 드러나고

또한 이를 그저 받아주는

안데스 산맥이 품은

대평원의 새벽 공기는

어떤 상상도 무력하게 한다.

   

그저

대자연은 그 자체로

존재할뿐

달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로지 미약한 미생들만이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확인시키려 할 뿐

대자연은

그저

그 자체가 전부이다.

그저 그 자체를 느끼는 것은 관조자의 몫일 뿐이다.

   

인간의 삶은

대자연과는 달리

끊임없이 존재 자체를 확인하고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때

그저 넋없이

사라져가는 미생인 것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품어

지금은 그저

어둠 그 자체만인

아무런 수식이 없는 대자연에서

그 차이를 그저 인식하게 될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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