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페루와 볼리비아의 접경지대에 왔다. 티티카카 호수의 반을 잘라 각각 페루와 볼리비아의 영토라고 한다. 알고보니 코파카바나(COPACABANA)는 바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볼리비아의 도시였다.
양 국가의 경계로 문 같은 형상이었다. 그 전이 페루이고 그 이후가 볼리바아였다. 출국심사도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사진을 찍고 지문채취를 하고 끝이 났다. 이어서 걸어서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 이민국으로 가야했다. 그 사이에 보이는 티티카카 호가 아름답다. 날씨도 칼칼하다. 볼리비아의 입국심사는 더 간단했다. 이민국 앞에 바로 도시이름의 푯말이 있다. 호수를 접하고 있는 국경도시였다. 양국간의 외견상 큰 차이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모두가 여유로워 보였다. 그리 급할 것이 없다는 표정이다.
가게에 들어가니 편안하게 인사를 한다. 딱히 살 것이 없어서 그냥 나왔는 데도 태무심하다. 그저 편안한 모습이다. 호수를 접하고 저 멀리에 산들이 위치하여 도시가 나름 아름답다.
평온함 그 자체이다. 잠시 시계가 멈춘듯 느껴진다. 집들도 나름 아름답게 잘 지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짓다가 만 집들이 보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 느낌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미완성의 집이 볼상사나워 보였었다. 그런데 오늘은 친근하게 느껴진다.
갑자기 어떤 느낌이 왔다. 지금까지 건물에 대한 고정관념이 잘못되었을지 모른다. 다른 생각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차피 인생이 완성은 없고 과정만이 있다면 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집의 완성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변화되는 것이다. 즉 살면서 집은 계속 수선하고 개축하고 증축하는 거라면 이곳 사람들의 생각처럼 돈이 있을 때 어느 정도 완성하고 나머지는 내버려 둔 상태에서 나중에 여유가 되고 시간이 되면 다시 이를 추가적으로 완성하는 삶의 자세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그런 자세가 오히려 유한하고 과정에 불과한 인생의 삶에 대한 자세로서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 미완성 집이 새롭게 보였다.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의 삶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인 모양이다. 어차피 미완성인 삶에서 너무 완성이나 목표달성에 집착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족할 것이 아닐까?
갑자기 남미 여행을 통한 하나의 깨달음을 한 셈이다. 그렇다. 목표달성에 연연하지 말자. 그리고 미완성에 대하여 너무 완성하고자 하는 과욕을 버리자.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 그리고 의미가 인생의 본질이라면 완성이나 목표의 달성 등에 굳이 집착할 필요가 없다. 몽테뉴의 삶의 자세가 이곳 남미의 미완성 건물에서 구체화되어 나타나는 것 같다. 미완성인 상태에서 완성된 부분에서만 살고 나머지 미완성된 부분은 미래에 맡기고 또한 현재에서도 항상 꿈 등으로 같이 한다면 이 삶은 현재도 있고 미래도 같이 있는 행복한 삶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생각을 나름대로 한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겠다. 인생의 삶의 자세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곳 볼리비아 고산지대에서 삶의 여유로움과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새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되니 그간의 피로 마저 좀 가시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