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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일기 87- 마추픽추 계곡의 성난 물살

글 | 김승열 기자 2020-02-27 /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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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 계곡의 성난 물살

 

 

안데스 산맥 아래

마추픽추 계곡의

강한 물줄기는 오늘도 격동한다.

점잖은 체면을 다 팽개치고

그저 전진할 뿐이다.

   

무슨 서러움이 그리 많은지

아님 무슨 원한이 그렇게 사무친 것인지

내려오면서 땅을 완전히 파헤치고

큰 바위에 온몸을 완전히 다 바쳐

저항하여 만신창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사라진 잉카제국 전사로서

그 분노는 온몸을 위아래로 다 흔들어

온몸 가득 일체화하여

겉으로 보기에 그저 상처뿐인 흙탕물로 완전히 내던진다.

   

계곡 위 산기슭은 의외로 평온하다.

산중턱의 구름은 맑음과 깨끗함을 자랑한다.

태양은 그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그 빛으로

계곡전체를 환하게 밝혀준다.

푸른 하늘, 흰 구

화사한 산중턱 아래에

잉카제국의 전사처럼 모든 장애물을

온몸이 다 부스라져라 무너뜨린다

강바닥과 강에 있는 바위는

그 위세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더 이상 계곡은

무서운 전사의 온몸 바친 격동에 그저

두손 두발을 모두 드는 모습이다.

강의 흐름을 막는 바위를 완전히 없애려는 듯

강바닥 아래로 떨어뜨리는 충격을 완전히 제압하려는 듯

이 세상 모든 분노를 이곳에 다 분출하려는 듯

그렇게

 

안데스 산맥 아래 마추픽추 계곡은

오늘도 과거 전사의 모습으로

용맹스럽게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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