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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 일기 65 -산티아고에서 이리카로 가는 버스를 타다

글 | 김승열 기자 2020-02-25 /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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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 버스를 타게 되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 낮시간 동안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면서 시내중심지를 돌아다녀 피로가 겹친데에 다가 IBIS호텔에서 맥주 2병을 마셔서 인지 그대로 잠이 쏟아졌다. Tur Bus는 칠레에서 Pullman과 함께 가장 큰 회사인 모양이다. 버스는 어제보다는 나았다. 그러나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옆에 탄 뚱뚱한 아주머니는 연신 팬드폰으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여 좀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큰 덩치 때문에 아무래도 자리가 좀 불편하게 하였다.  할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람은 좋아 보였다.

   

밝은 것 같아서 눈이 잠시 띄어졌다. 밖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보니 거의 5시 정도 였다. 다시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다시 한참을 지나 저녁 8시 가까이가 되었다. 이제야 주위가 보인다. 밖에는 비가 오는 모양이다. 창가에 물기가 가득하다. 그러더니 이내 물기가 없어졌다 아무래도 소나기성 비인지 모르겠다. 사실 아직 비몽사몽한 상태이다.

   

조금 있어 6시가 되니 버스가 섰다. 버스터미널인 모양이다. 구글맵을 보니 라세레나를 자나 발레나다. 이제 3분의 1을 온 셈이다. 길은 아르헨티나의 길에 비하여 더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길 주변으로 평원이라기 보다는 맨땅 내지 사막과 같은 분위기이다 아무래도 비가 많이 오지는 않는 모양이다. 경치가 푸르름보다는 진흙과 같은 느낌이어서 좀 삭막해 보였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다가 보니 좀 여러 가지로 열악한 점이 있어 보였다.

   

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거의 다가 현지인으로 보였다. 산티아고에서 이리카까지 가는 데에 30시간이 걸린다면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비즈니스 활동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단지 일반 활동에 있어서도 큰 장애가 됨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비행기가 그렇게 활성화되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버스 이용료도 만만찮다. 거의 비행기 값내지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 거의 50,000 페소이니 한국돈으로 75,000원이다. 이곳의 물가나 경제수준에 비추어보면 상당한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리카로 가는 동안 곳곳의 중소도시에 서는 모양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완행버스인 셈이다. 이곳에서 버스는 100키로미터이상을 달리지 않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80 키로미터 정도를 기준으로 달리는 것 같다.

   

이곳 버스터미널은 낡은 수준이다. 거의 칠레의 경제수준을 짐작하게 해준다.

다시 다소 삭막한 사막길을 한참을 달렸다. 10시가 되지 다시 버스가 섰다. 코피아포라는 도시다. 버스터미널은 간이 정류장 수준이다. 일부는 내리고 다시 일부 승객이 탔다. 일부는 내려서 간단히 먹을 것을 사가지고 왔다.

아니 식사도 제공한다고 하더니 10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렇다고 물어볼 분위기도 아니다. 목이 좀 말라 가지고 온 콜라로 목을 추긴다.

   

출발하려던 버스가 갑자가 시동을 끄고 섰다. 승객 중 누군가가 소리를 치는 것을 보니 승객 중의 일부가 타지 않은 모양이다. 갑자기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차가 시동을 끄니 에어컨도 작동을 하지 않았다. 버스 안에 더워진다. 사람들이 많고 날씨가 더운데 에어컨을 끄다니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다. 신기하다. 그런데 아무도 말이 없다. 밖의 햇살은 뜨겁다. 칠레의 어느 시골 정류장에서 갑자기 딱 멈춰선 기분이다. 시간도 멈추진 것 같다. 한참을 지나니 이제 다시 출발할 모양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다시 출발 위치로 간다. 에어컨 작동이 다시 중단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이런 불만을 아는지 이제 에어컨을 틀어준다. 그나마 다행이다. 에어컨이라도 틀어주니 좀 시원해 진다. 신경질 나고 화난 상황이 좀 진정된다.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모양이다. 버스가 정차하고 기다리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에 대하여 궁금해 하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문화의 차이일까? 한국식 접근과 칠레식 접근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할까? 정답은 없을 것이다. 둘다 장단점이 있다고 할 수밖에. 갑자기 어린아이가 큰소리로 운다. 지금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칠레 버스에서 겪은 해프닝이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신경이 쓰인다. 방금 중년 남자가 와서 바로 앞좌석에 앉았다. 새로운 승객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승객이 기다려 달라고 한 모양이었다. 다시 어린아이가 크게 운다.

 

이번에는 아주 소리를 크게 내면서 운다. 상황을 모르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물어볼 사람이 없다. 모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 현대에 이런 세상도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과거 25년 전에 모스크바에 방문하였을 때 수준 높은 호텔이었는데도 종업원이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였다. 당시는 냉전시대였고 KAL기가 격추된 시기였으니 이해가 될 만하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 영어로 소통이 전혀 안된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것도 북미 바로 밑의 남미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국제화가 아직도 미흡한 지역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남미의 낙후된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아직 문명화가 미흡하다고 볼수밖에 없다. 남미 정서에 대한 좀 더 이해가 있어야겠다. 일반 국제적인 수준에서 접근을 하게 되면 상호 의사소통 등에 있어서 이질감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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