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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 일기 62 - 험준한 안데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로

글 | 김승열 기자 2020-02-21 /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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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잘 자고 있는데 주위가 소란스럽다. 새벽 4시 전후이다. 아무래도 국경을 넘어야 해서 출국 및 입국절차를 거쳐야 하는 모양이다. 아직 졸리는데 귀찮다. 그렇지만 할 수 없이 해야되는 일이다.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리자 긴줄이 늘어서 있었다. 먼저 입국 심사였다. 먼저 최근 2주내에 중국에 갔다 온적이 있는지를 아예 부동문자로 된 질문서가 기재되어 있었다. 아니라고 하니 호텔에 예약을 하였나고 하여 바로 리마로 가는 버스를 탈 것이어서 예약은 안 했다고 하자 알아 들은 모양이었다. 결혼했는지 아니면 싱글인지에 대하여도 물었다. 그것이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입국수속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로 갈 때에는 간단한 절차만 이루어졌다. 그런데 여기 아르헨티나에서 페루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문제는 세관 검사였다. 긴 줄이 늘어 서 있는데도 아예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겨우 한 줄로 짐 검사를 하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두가 태무심하다. 거의 1시간 가량을 줄을 서서 기다렸다. 한국 같으면 이곳 저곳에서 불평과 불만이 나왔을 것이다. 여기는 그 어느 누구하나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신기하다. 두 가지 측면이 있어 보였다. 무기력한 소시민의 모습일 수 있다. 아니면 권위에 복종하고 그저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일 수도 있다. 다만 이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선진시민의 모습으로 보는 것보다는 무기력한 소시민의 모습으로 보여졌다. 

 

짐검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는 아침이라고 과자같은 빵에 커피를 한잔 주었다. 기분도 그래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완전 블랙으로 마시니 속이 쓰리다. 커피분말가루 자체에 뜨거운 물을 넣었기 때문에 얼마나 쓴지 독자 여러분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밖은 아직 어둡다. 이제 칠레이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특이한 국토를 가진 나라다. 입국 수속은 실망스러웠지만 어떤 모습으로 필자를 반길지 궁금하다. 이제 볼리비아에 가는 부분을 결정해야 한다. 볼리비아는 항공 편만 도착비자가 가능하여 산티아고에서 볼리비아의 라파즈로 갈 것인지 아니면 리마에서 라파즈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관건은 항공 비용이다. 가급적인 저렴한 것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데 어제 잠시 검색을 보니 당초 보다 상당히 비싸졌다. 그리고 도착비자의 가능여부도 다소 불확실하다. 어느 블로그 글에서만 도착비자가 간단히 된다는 정보만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비하여 생각을 잘 해야할 것 같다. 여건이 되는 대로 가야할 것 같다.

 

그런데 밖을 보니 길이 굉장히 위험하다. 왼쪽은 낭떠리지 길이고 꼬불꼬불하다. 안데스 산맥에서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거의 공포스럽다. 거의 270도 회전 길도 있다. 차가 엉금엉금 긴다. 어두워서 밖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거의 시속 10km 내외로 달리는 듯하다. 곳곳에 동굴 같은 터널이 적지 않다, 아무래도 경사가 급하고 꼬불꼬불한 길을 정리하다가 보니 동굴 같은 길도 만든 모양이다. 길은 편도 1차선. 길가에 차들이 서있다. 아무래도 위험하니 쉬어서 가는 모양이다. 속도 제한이 시속 30km.

 

길이 오른쪽으로 굽으면 왼쪽이 낭떠러지, 왼쪽으로 굽으면 오른쪽이 낭떠러지다. 정말로 위험한 길임에 틀림이 없다. 정말로 곡예하듯 차가 나아가고 있다. 커브를 틀 때는 거의 정지상태이다. 낭떠러지와의 간격이 거의 1m도 안된다. 느낌상 50cm 정도로 느껴진다. 회전각은 거의 270도이다. 그런데 우측의 낭떠러지와의 간격은 겨우 50cm에서 1m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길로 보였다. 차들이 거의 기어가고 있다. 이런 길이 가능하다니....

 

거의 10m 간격으로 커브이다. 담력이 필요하고 전문성이 없으면 불가능한 길이다. 신기하다. 가히 충격적이다. 그런데 길을 다니는 차는 대형버스가 아니면 대형 콘테이너를 끄는 트럭뿐이다. 차는 거의 시속 10km도 안되는 것 같다. 버스기사 분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이런 길에 차가 다닐 수 있다니..... 안데스 산맥의 험준함을 절감하게 된다. 마음을 비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어찌보면 신기한 세상이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철렁 내려 앉은 가슴을 쓰다듬어 본다. 다시 눈을 좀 붙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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