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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 일기 56 - 남미의 파리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정취에 취하다

글 | 김승열 기자 2020-02-19 /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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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마침내 부에노스아이레스 버스터미널로 왔다. 그런데 버스터미널이 생각보다 낡았다. 특히 외관은 그러했다. 갑자기 실망이 앞섰다. 이과수 폭포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달려왔는데 터미널 모양새를 보니 그저 빨리 떠나고 싶었다.

 

인포메이션 센터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찾아서 물어보니 의외로 직원의 영어는 유창하였다. 칠레의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편을 알아보았는데 오늘은 없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근처 도시로 가는 버스편을 알아보니 멘도사 편은 있다고 하였다. 출발시간은 저녁 9시 45분이어서 시간도 적당했다. 도착시간은 이튿날 오후 1시 정도다. 그곳에서 산티아고 행 버스를 타기로 마음 먹었다. 다행스럽게 2층 제일 앞자리가 비워있었다. 가격은 3,200 페소. 의외로 버스값이 만만찮다. 와이파이가 되느냐고 물었는데 엉뚱하게도 저녁과 아침은 제공된단다. 다시 물으니 와이파이는 안 된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버스들은 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투어 티켓을 사려니 현금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버스표를 사느라고 현금을 다 지불하고 주머니엔 300페소밖에 없었다. 그냥 도보로 시내를 한번 둘러보려고 터미널을 나왔다.

 

시내 풍경이 선입견과는 달리 아주 아름다웠다. 갑자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하여 알고 싶어졌다. 시내버스 투어가 출발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창구에서 재차 물어보았다. 역시나 버스표 구입은 현찰만 가능하단다. 낙담하며 뒤돌아서려는 순간, 달러나 유로도 받는다는 것이다. 25유로,3030달러, 아르헨티나 현지화로 1,500 페소라는 것이다. 주머니에서 100달러를 꺼내어 건네니 70달러를 거슬러 주면서 티켓과 이어폰을 주었다. 매 20분 단위로 출발한다는 말도 했다. 음료수가 있냐고 하니 콜라가 60페소라고 하여 하나를 샀다.

 

조금 있으니 시내 투어버스가 왔다. 2층에도 유리로 되어 있는 공간에 에어컨이 나오는 자리가 있어 앉았다. 그리고 영어로 된 방송을 들었다. 그런데 도심이 아주 아름다웠다.

남미의 파리라는 말이 그대로 실감이 났다. 곳곳에 공원이고 각종 조각상이 있고 집들도 고딕식으로 아주 아름다웠다. 현대식으로 멋지게 지은 아파트 등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시가 깔끔했다. 정말 파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품위가 있었다. 조금 전에 터미널에서 느낀 허름함은 시내에서는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모든 건물과 장식 그리고 공원 등에서 멋스러움이 넘쳐 흘렀다.

 

시내투어 가격을 보면 물가가 적지 않게 높아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주 멋스러운 도시였다. 그리고 해안을 접하고 있어서 경치가 있어 보였다. 곳곳에 카페나 간단한 차나 맥주를 마실 공간 역시 많았다.

 

유감스럽게도 시내투어는 시간 제한이 있어서 3개 코스가 있었으나 그중 한 코스만 돌아볼 수 있어서 아쉬웠다. 오늘 저녁에 떠나야 하므로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내투어 티켓은 24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한 것이었는데 좀 아쉬운 감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간 버스를 타면서 와이파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컴퓨터 작업을 거의 할 수 없어서 쉐라톤 호텔에 가서 맥주나 한 잔하면서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플러그 사이즈가 안 맞아서 할 수가 없었다. 다시 시내로 나와 용품점에서 아답터를 알아보니 60페소였다. 이를 구입하고 근처 바에 들어가서 플러그가 있는지 그리고 와이파이가 되는지를 알아보았다. 그중 한 곳이 되어 지금 바에 앉아 그간 밀린 컴퓨터 작업을 해야겠다.

 

그나마 와이파이가 되고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되니 마치 숨을 쉬게 된 것 같다. ALONE & TOGETHER에서 TOGETHER가 그동안 되지 않았다. 조금 시끄럽지만 활기가 있는 것 같아 좋다. 여기에서 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가 채 되지 않는다. 거리 전체의 분위기가 낭만스러워 좋다. 모처럼 여기서 술이나 한 잔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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