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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 일기 53 -이과수 폭포를 향한 또 다른 긴 버스기행

글 | 김승열 기자 2020-02-19 /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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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데 자네이로에서 이과수까지는 버스로 가면 그야 말로 끝없는 길이다. 꼬박 25시간을 가야 나온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는 그리 이상하지도 않는 모양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그리 나쁘지 않다. 리오데 자네이로 근방에는 산위에 많은 집들이 즐비해 있다. 사람들도 많아서 땅도 부족하고 픙광도 즐겨서 그런 모양이다. 길은 아주 좋다. 그리고 주변의 풍광도 남미의 대자연을 그대로 보여준다.

   

25시간의 버스기행이라면 그 말 자체로도 질릴텐데 의외로 재미나다. 일정한 간격을 주고 차가 한국으로 말하면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 세워준다. 이곳의 음식들이 워낙 다양하다. 그것을 즐기는 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앉아서 식사를 즐길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준다.

   

Pluma라는 회사의 버스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와이파이가 된다고 했는데 초기에 조금 되다가 그 이후에는 거의 안되어 그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전원스위치가 없어서 노트북 등의 충전상 애로사항이 있다.

   

그저 버스 1대를 대절하여 남미를 누비는 기분이다. 화장실도 있어서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물론 샤워시설은 안되어 있다. 이는 이후 내려서 하면 될 것이다. 다만 에에콘을 많이 틀어주어서 감기가 걸리기 쉽다. 남미가 지금 여름이지만 반드시 겨울 옷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이번 버스기행 자체가 인생으로 느껴진다. 수많은 위험과 리스크가 있지만 일상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저 버스에 타서 구글링을 하거나 독서, 음악을 듣게 된다. 그리고 보니 브라질의 버스터미널에 반드시 있는 것이 책방이다. 아무래도 장거리 버스기행이다가 보니 책을 읽으면서 보내는 것도 장기버스여행의 하나의 팁인 셈이다.

   

멍때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남미 버스 여행이 제격이다. 적당히 흔들리는 버스에서 창밖을 보면서 여러 생각에 잠기다가 독서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적당히 졸면 된다. 그리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버스가 내리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표를 정해 점차 다가가는 즐거움도 솔솔하다. 그리고 목표에 도달했을 때 막상 가서 느끼는 새로움, 즐거움 아니 가끔은 실망감도 하나의 과정이고 또 다른 꺠달음이다.

   

버스에서 잠을 자고 있는 승객들의 모습을 보면 삶의 고행이 그대로 얼굴이나 잠자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모두 지치고 걱정스럽고 또한 외롭고 힘들어하는 것 같아 보인다. 물론 현재 자고 있는 의자 등이 불편해서 그헐 것이다.

   

스쳐지나 보면 얼굴 가득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충만한 모습은 거의 찾기 힘들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힘든 면이 있다. 물론 인생 모든 순간이 다 힘든 것은 아닐 것이다. 가끔은 그 가운데에 즐거움과 행복의 순간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즐겁고 행복한 순간보다는 따분하고 힘들고 외로운 순간만이 더 기억에 생생할 것이다.

   

인생의 외롭고 힘듬은 모두에게 공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행자의 잠든 모습에서 느껴지는 인생 여정의 힘듬은 그대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인생여정은 계속 지속될 것이다. 죽음이 이를 중단시키지 않을 때까지. 그렇다. 인생의 여정은 항상 힘들고 외로울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의 속성이다. 외로움과 괴로움이 없다면 이는 더 이상 삶이 아니라 죽음이다. 삶의 속성은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고 나아가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고민이 없다는 것은 삶의본질과 배치된다. 즉 그 순간은 죽음의 순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방법론이 여기에 있다. 삶의 속성이 그러하다면 이를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것이 삶에 대한 바른 자세이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정의라고 믿는 바를 향하여 그저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고 나아가 이 가운데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찾는 것 그리고 그 가운데에 조그마한 성취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삶인 셈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여행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직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하는 것 역시 하나의 여행인 셈이다. 그 과정은 경쟁이 치열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죽을 만큼 힘들지 모르지만 이것이 인생이다. 즉 힘듬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힘듬이 있음에 감사할줄 알아야 한다. 힘듬이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힘듬에서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 또한 찾으며 그 가운데에 여러 가지 의미있는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는 것만이 바로 삶에 대한 진정한 자세이고 가장 현실적인 삶의 방법론일 것이다.

   

그저 시련이 있고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나아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이의 시도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로써 지금 살아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즐겁고 행복하다면 과연 무엇이 더 부러울까?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 가장 기초적인 즐거움은 배우는 즐거움이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깨닫는 즐거움만큰 큰 즐거움이 있을까?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의 아름다움을 찾는 즐거움.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즐거움. 이순간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진실로 느끼는 소중함. 상대방에게세 그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나가는 즐거움. 기타 등등

   

이번 버스기행은 24시간 이상의 버스기행역시 무한한 즐거움을 줄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 그저 즐겁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저 새로운 세계이다. 남미가 아니면 결코 경험하기 힘든 새로운 경험! 이번 남미여행의 키워드가 될 것같다.

   

인생은 일생을 통하여 이루어 지는 또 다른 버스기행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이과수 폭포에 도착하려면 7시간 15분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주위에서 코고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린다. 이 와중에 콧소리를 내면서 즐거운 단잠에 빠질 수 있다면 드 인생 역시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단잠에서 벗어나 창밖을 바라보며 약간은 힘들어하고 피곤해 하며 나아가 권태스러움에 갈등하지만 조용히 그간의 느낌을 정리해보는 순간도 인생이고 또한 새로움을 배우는 과정이다. 또한 스스로가 즐겁게만 생각한다면 이 역시 가장 스스로에게는 행복한 인생순간이 될 것이다. 코고는 소리를 의식하지 않으려면 스스로도 잠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보니 좀 졸립기도 하다. 잠은 역시 동조현상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창밖의 대자연은 푸르럼으로 멋지게 당당하게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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