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는 가까이 갈수록 항구의 특성을 보여 주었다. 또한 그 규모도 상당히 컸다. 산 위로 집들이 빼곡히 있고 전체적으로 상당히 큰 도시다. 인구가 많다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시내 곳곳은 아름다운 옛 건물이 보였으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길바닥에서 자는 사람이 있고 일부 집들은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다. 세계 3대 미항이라면 도시 전체가 아름다워야 할 텐데 이런 공간도 있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마침내 버스는 긴 여정을 마치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상파울루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은 버스터미널이었다. 문제는 오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서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아직 인포메이션 데스크는 굳게 닫혀 있다. 출근 전인가? 일반 창구에 가서 물어보니 국외로 가는 편이라서 아르헨티나나 파라구라이라고 기재된 창구로 가란다. 그 창구 역시 닫혀 있다. 오전 9시가 되어야 연다고 한다. 마음이 조금 다급해 졌다. 다음 행선지가 결정이 되어야 시내구경도 하고 식사도 할 테데 답답하다. 차선책을 고민했다.
이과수 폭포를 구경하기로 했다. 이과수 폭포도 아르헨티나 쪽이어서 해당 여행사에서 관장한다고 한다. 이 말이 좀 미덥지 못하여 인포메이션에 가니 문을 열었다. 물어 보니 터미널 2층에 있는 여행사에 가서 물어보란다. 물어보니 이과수를 가는데 13:30에 출발하여 14:30에 도착한다고 했다. 상당한 거리가 있는데 비행기 편이냐고 물어보니 아니란다. 내일 14:30 이라는 것이다. 25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버스 값도 255 BRL이다. 그러면 내일 저녁에 그곳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버스 편이 있냐고 하자 없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그래서 구글 번역기로 이야기하여 겨우 오늘 가서 내일 도착하면 현지에서 자기 회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버스회사도 있으니 이를 이용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승낙을 하고 버스표를 구입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4~5시간 정도다. 장거리 버스를 타고 오며 이 도시를 둘러보니 빈민가도 있고 물론 아름다운 장소도 있었지만 달리 보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그래서 그간 궁금하던 코파카바나 해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행인에게 물으니 시내버스 4번을 타면 50분 정도면 코파카바나 해변에 도착한다고 였다. 인근 정류장에서 4번 버스를 탔다. 4.05 BRL이었다. (사실 화장실 이용료가 2.5 BRL이다.) 버스를 타고 코파카바나 해변 쪽으로 가는데 다운타운이 좀 엉망이었다. 무엇보다 버스가 무서울 정도다. 돈을 내고 기계를 밀어서 들어가도록 되어 있는데 마치 창살로 된 감옥소로 가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버스기사의 안전을 위한 장치로 보였다. 치안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가관인 것은 운전솜씨이다. 난폭운전의 절정에 이르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정신없이 난폭운전 등에 시달려 30여 분간을 오니 코파카바나 해변이 나타났다. 해변 주변 건물이 상당히 멋있었다. 해변이 상당히 길었다. 요트가 정박한 선착장이 보였다. 다운타운과는 어울리지 않게 잘 꾸며져 있었다. 빈부의 격차가 심각해 보였다.
해변에는 벌써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엄청나게 긴 백사장에 많은 인파들이 일광욕이나 수영을 즐기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멀리 그 유명한, 예수 그리스도 동상이 보였다.
식사할 만한 곳이 아직 닫혀 있어 작은 상점에 들어가 초콜릿과 콜라로 아침을 대신했다. 지금 아침 기온이 26도. 벌써 햇볕이 장난이 아니다. 필자는 아직 겨울옷을 제대로 벗지도 못한 상태다.
돌아가는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버스승강장 안내판에는 분명히 그 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주위에 물어보니 버스가 온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깜깜 무소식이다. 거의 30~40분이 지나니 버스가 오는데 그냥 지나칠 모양새다. 급히 신호를 보내고 겨우 탈 수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는 빈민가와 부촌이 혼합되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과거 명성은 세계 3대 미항이지만 실제 느끼기에는 거의 폐허가 된 공간도 있고 내팽겨쳐진 장소도 있어서 무어하고 말하기 힘들다. 즉 부자들이 사는 동네는 세계 3대 미항에 어울리게 아름답게 장식이 되어 있고 나머지 공간은 거의 빈민가 수준이다.
터미널에 오니 스테이크 요리점이 눈에 띄었다. 콜라까지 시켰더니 48.80 BRL이다. 시장하여 맛나게 먹었다.
한때 아름다운 항구이고 나아가 유명한 해변가지만 이제 이를 관리 유지할 경제규모가 되지 못하여 그대로 방치되어 그 아름다움이 희석된 느낌이다. 과거 아름다움과 현재의 빈곤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리우데자네이루를 보니 좀 안타까운 생각만이 든다.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3대 미항이라는 명칭이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떠날 시간이다. 오늘 리우를 보면서 과거 명성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서 크게 실망을 하였다. 과거가 화려하더라도 현재에 경쟁력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물론 미래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성실함과 노력이 없다면 과연 미래가 밝을 수 있을까? 브라질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방식 뒤편에 있는 어두움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개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지 않게 되면 과거에 파 묻혀 활기차지 못한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보게 될 이과수 폭포에서는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사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았을 때에도 달리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가장 큰 폭포로서 그 규모가 웅대하다는 정도만 느꼈을 뿐이다. 이과수는 어떠할까? 그저 남미에서 큰 폭포수이니 한번 구경하는 정도의 의미 이외에 다른 특별한 의미를 찾거나 부여하고자 하는 그 자체가 좀 황당한 생각일 뿐이다. 그저 평소 보지 못한 풍광을 한번 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