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말라가 일기 21 - 페테를 부르그에서의 한국음식과 현지맥주

글 | 김승열 기자 2020-02-10 / 17:14

  • 기사목록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도시 페테르 부르크는 여전히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니 체감온도는 더욱 낮다. 어둠도 일찍 찾아왔다. 겨울 궁전에서 너무 풍성한 문화를 체험하여서인지 포만감이 왔다.

 

흥미로운 점은 버스터미널 근처 지하철 역 푸드 코트에 한국 음식점이 있었다. 아침에 간단히 라면(160루피아)을먹었는 데 괜찮았다. 그래서 저녁에 러시아 전통음식을 도전하는 대신에 한국음식으로 포식을 하기로 했다. 몸의 상태가 점점 좋지 않다. 피로가 누적되어서 인 것 같았다.

 

저녁시간으로는 조금 이르지만 밖은 벌써 어두워졌다. 한국식으로는 돼지볶음 비빔밥과 김치찌개를 같이 시켯다. 그리고 보니 그 푸드 마켓에서 주문시 벨을 주고 음식이 나오면 벨이 울리는 시스템은 해당 한국음식점만 하는 것 같았다. 나름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편리하였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거의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다만 돼지 볶음 비빔밥에 같이 나오는 곰국과 같은 수프는 맛이 좋았으나 김치찌개의 국물을 많이 먹다가 보니 배가 불러서 먹을 수 없을 뿐이었다.

 

맛이 예사맛이 아니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였다. 종업원들 중에 한국사람이 없어서 외국인이 하는 한국음식으로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은 음식맛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 까 좀 지나니 주방에서 젊은 한국인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도 주인인 모양이다.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한국음식을 나름대로 잘 소개하고 그기에 다가 지하철 푸드코트라는 좋은 위치에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신기하고 대견스러워 보였다. 아는 체를 할 까 하다가 바쁜 것 같아서 생략하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많았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주문을 했다. 당연히 현지인으로 보였다. 나름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나 역시 그 음식맛에 매료되었는데 외국인이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옆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젊은 대학생이 내가 주문한 돼지볶음 비빔밥을 맛있게 멋었다. 자세히 보니 그냥 비빔밥인 모양이다. 아주 맛있게 먹는 것으로 보니 신기했다. 과거 버클리에서 VISITING SCHOLAR로 잠시 있을 때 젊은 학부생이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모습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생김새도 거의 비슷하다. 전형적인 미국의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모습이었다.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이제 한국도 그만큼 더 발전한 모양이다. 세계의 유수도시에서 한국음식점을 보다니...그 것도 한국사람이 아닌 현지인들이 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다니...

 

한국음식을 마시면서 맥주를 한잔 하고 싶었는데 그 곳에서는 맥주 등을 판매하지 않았다. 마시고 나니 좀 쉬고 싶었다. 그런데 이곳 페테르 부르크에는 달리 바나 맥주를 마실만한 곳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일반 버스터미널로 향하였다. 그기에 휴게실 등에 맥주마시는 공간이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하면서 나섰다. 그런데 버스터미널은 탈린보다도 오히려 적을 정도이고 달리 맥주 등을 마실 공간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너무 좁았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주위에서 레스토랑이나 바를 찾아보기로 했다.

 

달리 적당한 장소가 없었다. 다만 근처에 커피와 맥주를 간단하게 마실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전원장치가 있어서 충전도 가능했다. 그런데 가게 직원은 그리 친철하지 않았다. 일단 75 루리짜리 맥주를 한잔 하기로 했다. 그런데 맛이 좀 싱거웠다. 그러나 짠 음식을 먹은 후에 맥주여서 갈증을 채워주었다. 와이파는 안된다고 해서 핸드폰을 켜고 핫스팟으로 컴퓨터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간 밀린 것을 어느 정도하고 나니 갈증이 나서 다시 맥주를 주문했다. 이번은 다른 맥주를 주문하였더니 오히려 더 싸다. 55루피아였다. 맛은 오히려 더 나은 것 같았다.

 

또 한참 동안 컴퓨터 작업을 마치니 이제 피곤하다. 이를 달래기 위하여 맥주한잔을 더 하기로 했다. 주머니에 동전을 처리할려고 55루피아가되는지 계산을 열심히 해보았다. 테이블에 동전을 놓고서....그랬더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이런 모습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맥주 한잔을 더할려는 데 돈이 부족하느냐라는 취지의 러시아로 말을 하였다.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였는데 막무가내이다. 아주먼니가 동전을 세더니 조금 부족한 동전을 보태주었다. 그리고 맥주를 사라는 동작을 하였다. 좀 황당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를 거절하기도 좀 그랬다. 사실 주머니에 지페는 있었지만 동전처리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호의를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자라고 마음과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그 대신에 유로로 주겠다고 하니 받지 않았다. 다시한번 고맙다고 하고 덕분에 맥주한잔을 추가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 돈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고마웠다. 일견 보기에는 험한 풍파에도 나름 잘 살아온 인생이 느껴졌다. 춥고 어둡고 비 내리는 페레르 부르그의 따뜻함을 느낀 소중한 순간이었다.

 

  • 페이스북 보내기
  • 트위터 보내기
  • 네이버 블로그

조회수 : 328

Copyright ⓒ IP & Ar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내용
스팸방지 (필수입력 - 영문, 숫자 입력)
★ 건강한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나친 비방글이나 욕설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