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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 일기 12 - 바르샤바에서 에스토리아 탈린까지 20여시간의 버스기행에 도전하다

글 | 김승열 기자 2020-02-10 /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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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길이고 버스터미널 시스템도 익숙하지 않아 좀 일찍 왔다. 버스티겟에 좌석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더 의아스러웠기 때문이다. 바르샤바에서 탈린까지는 버스로 20시간 이상이 걸린다. 즉 저녁 830분에 출발하여 그 다음날 오후 415분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버스터미널은 기차 터미널과 같이 있었다. 먼저 안내에서 전자승차권에 대하여 확인을 하였다. 여기 버스는 좌석배치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그저 알아서 적당한 좌석에 앉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그만큼 버스시스템이 엉망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승객이 적어서인지 등등. 어쨌든 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버스터미널은 좀 독특했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청춘남녀. 눈룸을 글썽스러운 젊은 여자분. 허름한 옷차림에 생활에 찌들린 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서 느낀 버스터미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갑자기 서민의 적나라한 삶이 그대로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코로나 병 때문에 가벼운 소규모의 모임도 취소하는 마당에 이곳에서는 그런 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삶에 던져진 자신을 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과 같이 유행병이 있는 시점에서 이를 의식하여 극도로 조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 무시하고 할 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궁금해졌다. 그 누가 알 것인가? 갑자기 몽테뉴의 삶의 자세가 생각났다. 정의가 무엇인지를 모르는상태에서 정의로워 보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찾아가는 삶!

   

현명한 사람이면 여행을 중단하고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 유한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런 소극적이 태도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맞서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맞서되 손을 열심히 씻고 이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삶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인과의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잔함, 친구사이의 애잔함 등등

이런 감정이 모두 드러나는 이곳 버스터미널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고 장소로 보였다.

   

그간 버스를 보니 그리 좋지 않아 보여 이번 여행에 대한 좀 더 큰 두려움이 앞섰다. 그리고 실제로 날씨도 쾌 춥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너무 무리한 여행은 아닐까? 등등의 후회 등이 밀려왔다.

   

그런데 815분 경 정류장에 들어온 버스는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유로라인 비즈니스 클라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승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역시 불안한 마음을 달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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