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알마티 버스정류장은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보다 현대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타슈켄트의 버스정류장이 새로 만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알마티는 일견 보기에 대중교통 수단이 많이 발전하고 또한 도시가 잘 정리되어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 물론 두 나라 다 영어의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하다.
알마티에서 처음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경찰관의 도움으로 방향을 잡고 버스를 탈 수 있었고 나아가 사우나 온천장에도 갈 수 있었다. 겨울철 휴양지로 추천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면에서 좀 더 서구화된 느낌이다.
오는 버스 편은 옆자리에 덩치가 큰 친구가 탔다. 가득이나 버스가 낡았는데 영 불편하다. 그리고 연신 핸드폰으로 무엇인가 보는데 불빛 때문에 영 방해가 된다.
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면면이 궁금하다.
시간 활용 면에서는 편리한 버스임에는 분명하다. 저녁시간에 타서 밤 시간을 이용하여 국경을 넘어 아침에 도착하니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형태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정체는 알 수가 없다. 오는 편은 아시아 계통 즉 중앙아시아인을 제외한 아시아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편 생각하면 한심스럽기도 하다. 시간이 돈인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이런 고생(?)이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믿어 보고 싶다. 거의 16시간 이상을 의자에 갇혀 행동의 제약을 받으면서 보내는 시간동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삶 등 전반에 대한 회의를 비롯하여 절망, 희망 그리고 의욕 등이 수없이 교차하였기 때문이다.
운행패턴은 거의 비슷하다. 새벽 1시 정도에 식사를 하기 위하여 30분 이상 정차한다. 그동안 화장실 등을 다녀오고 필요한 음식 등을 구입한다. 밖은 엄청나게 춥다. 화장실이용료는 여전히 유료이다. 0.5텡킨이다. 1텡킨을 주면 거스름돈은 없는 모양이다.
이후 3시간 이후에 다신 한 번 화장실 가는 시간을 준다. 새벽 5시가 지나니 국경을 지나는 모양이다. 모두 짐을 싸고 버스에서 내려 출국 및 입국절차를 밟아야 한다.
출입국관리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코로나 신종 바이러스 때문인 모양이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스탬프를 찍어 준다. 출국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입국절차에서는 좀 더 상세하게 묻는다. 중국에 간적이 있느냐가 문제가 된 모양이다. 중국에서 온 여행객은 바로 통과를 하지 못하고 다른 검문실로 가서야 겨우 나왔다. 중국에 지난 9월에 갔느냐고 하더니 그냥 통과를 시켜준다. 태국 치앙마이를 갈 때에 중국 곤명을 경유한 것 때문에 좀 마음이 걸렸다. 이를 문제 삼아 입국을 시켜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통과되었으니 다음이다.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매번 화장실에 가서는 열심히 손을 씻었다. 비누로 열심히 씻고 몸에 영양보충에도 신경을 썼다. 바이러스를 이기려면 이길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는 영어 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러시아어를 조금 알아야 이곳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 같았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말로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묻는다. 우즈베키스탄 사람인데 한국에서 3년간 일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 대하여 혹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어려움이 있었는지 걱정이 되어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떠하셨어요? 그랬더니 아주 좋았다고 한다. 대전에 있었던 모양이다.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악덕 사업주도 있어서 한국에 대한 인상이 안 좋으면 곤란할 것 같았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마르칸트에 사는데 그곳이 좋다고 한다. 시간이 없어서 이번에는 못가지만 다음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마쳤다.
한국에 외국인 특히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앙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대우문제가 좀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 대하여 좀 더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한국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부당한 대우는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한국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니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2차례에 걸찬 16시간의 버스기행을 하고 나니 이 세상에 두려움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것도 안전벨트도 없는 버스여행이라니... 사람은 극한 상황에서도 적응이 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