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선지를 정하느라고 거의 오전을 다 소비했다. 초행길이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일단 윤곽은 잡힌 셈이다. 오늘 오후에 구(舊) 시가지를 돌아보고 카자흐스탄 알마티(Almaty) 행 버스를 타면 내일 아침에는 도착할 수 있다. 만년설 속에 위치한 ‘빅알마티 호수’ 등을 둘러보고 다시 저녁 차편을 이용해 2월 3일 오전까지 도착할 수 있다. 그때부터 다시 타슈켄트 시내를 투어하기로 마음먹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요구르트와 빵을 구워 안에 약간의 고기와 야채를 곁들인 빵을 먹었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무르 티무르 박물관(Amur Timur Museum)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철로 여섯 정거장, 그리고 다시 걸어서 40분 정도가 되는 거리였다. 옛 시가지는 공원, 미술관 등등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다만 과거 유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최근 역사적 현장으로 재현하려 한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그러다 보니 건물자체가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좀 고전적인 멋과 무게감이 약해 보였다.
박물관은 돔 모양의 건물에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미술품과 예술품이 좀 독특하다. 동양적인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간혹 서양적인 고전미가 있었다.
정부 청사도 보였다. 미술관이 있어서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빠듯했다. 시간이 되면 2월 3일 오거나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할 것 같았다.
과거 실크로드의 한 거점이었던 타슈켄트의 문화는 동양적이면서 서양적인 면을 고루 갖췄다. 여기다 이슬람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옷감, 보석, 직조, 자수, 모피 등의 무늬가 아주 섬세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져 다양한 문화가 잘 조화롭게 수용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척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