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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동 중앙아시아 일기 43 - 이른 새벽에 우즈벡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하다.

글 | 김승열 기자 2020-02-03 /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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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로 가는 승객은 많지 않았다. 조지아도 내륙인데 더 내륙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당연히 승객이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막상 비행기에서 내리니 쌀쌀하다. 어제 산 외투가 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을 주고 샀는데 제법 바람도 막고 따뜻하다. 모자도 딸려 비올 때도 좋다. 입국 절차는 서면작성도 없이 간단하다. 공항은 제법 아담한 크기다. 우즈베키스탄이라고 적힌 선명한 광고판이 눈에 띈다. 승객은 트빌리시에서 온 비행기 승객 외에는 없는 것 같았다. 입국수속을 끝내고 세관을 통과하여 문을 열자 바로 외부이다. 심카드(Sim Card)를 파는 가게나 환전상을 찾기 어려웠다. 실은, 세관 절차 전에 인포메이션에서 심카드를 팔았다. 심카드는 8기가에 8달러 정도. 급한 마음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곳에 ATM 기기와 환전상이 있었다.  심지어 인포메이션에서 택시를 불러 주었다.

우즈벡 화폐가 필요해 ATM 기기의 버튼을 눌렀으나 PIN 번호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옆 기기도 마찬가지다. 건너편 ATM 기기를 사용하려니 세관원이 제지한다. "다른 사람이 현금인출을 하려다 넣은 카드가 빠지지 않아 혼이 났으니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하자 달러가 있으면 환전상에게 바꾸라고 했다. 지갑에 보니 100달러가 있어서 환전했다. 100달러는 95만9000 숨(SOM)이었다.

 

다음은 행선지이다. 호텔은 당일 저녁에 예약이 되어 있고 타슈켄트에서 주어진 시간은 2박 3일. 타슈켄트에만 머무르기에 시간이 남는다. 근처 다른 나라의 수도를 돌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먼저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칸 행(行) 버스나 기차 편을 알아 보았다. 물어보니 "기차는 잘 모르겠고 버스는 있으니 버스터미널에 가서 물어보라"는 것이다.

 

구글맵을 켜고 버스편을 알아보니 전혀 정보가 없다. 물어물어 확인해 보니 버스는 3시간 후인 오후 7시부터 운행한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택시를 불렀다. 6만 숨을 달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가지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Bishkek), 카자흐스탄의 수도 누르술탄(Nur-Sultan) 행 차편을 물어보았다. "버스로 각각 14시간, 20여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너무 장거리여서 기차가 더 안전할 것 같았다.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해야 해서 일단 호텔에 가려고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중국에서 왔으면 예약을 취소해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 것 같았다. 기가 찼지만 일단 알겠다고 말했다. 잠시 고민 후에 마음을 정했다. 곧바로 다른 도시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와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호텔이 없는 것도 좀 불안하기는 했다. 다시 전화하여 "한국인인데 오해를 한 것 같다"고 하자 "그러면 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일단 호텔에 가서 숙박여부도 결정하고 기타 정보도 얻고자 했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 걷는데 타슈켄트 전철역이 보였다. 일전에 본 블로그에서 타슈켄트 전철역 주변에 기차역이 있고 인근 도시로 가는 열차가 있다는 글을 읽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타슈켄트 전철역에 도착해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전철역 근처에 기차역이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기차역에서 표를 구입하려고 하니 기차역 직원 말이 "토요일(오늘)은 트빌리시에서 카자흐스탄 알마티(Almaty)로 가는 기차가 없다. 내일은 있지만 돌아오는 편은 그 다음날에 있어서 도착 가능한 날이 2월 4일 오전 11시"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2월 3일 밤 비행기로 한국 행 비행기를 끊어놓아 알마티 행을 이용할 수 없었다.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보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버스는 매일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고민이 되었다. 버스로 장기간 여행은 상당히 피곤하다. 가급적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른 옵션이 전혀 없었다.

 

다시 버스터미널에 가서 물어보니 오늘 오후 4시와 6시 버스가 차편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는 버스 표는 알마티에서 구입을 해야한다고 했다. 도착하자 말고 표를 구입하고 정 안되면 비행기편으로라도 돌아올 생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트빌리시에서 알마티까지 가는 버스비용은 9만9000숨. 어쨌든 6시 버스표를 샀다. 그런데 그 버스는 침대가 아닌 일반 버스란다. 16시간 정도를 버스 안에서 보낼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온갖 생각이 다 드는 데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아르메니아에서도 못해 봐서 아쉬운 점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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