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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동 중앙아시아 일기 38 - 예레반까지의 버스기행을 포기하고 바투미에서 단잠을 이루다

글 | 김승열 기자 2020-01-31 /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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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미에서 예레반까지 그리고 예레반에서 트빌리시까지의 버스기행을 포기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20여시간 이상의 버스기행으로 인한 여러가지 불확실성과 위험 그리고 건강상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행 도중에 중요한 순간에 적정한 판단이 중요하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너무 무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오스 등에서의 슬리핑 버스도 8시간 내지 10시간이었고 그것도 침대차량이어서 가능하였으나 20여시간을 그것도 쉬지 않고 버스로 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판단에는 바투미에서의 좋지 않은 경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곳 사람들은 공격적일 정도의 불친절성이다. 그리고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이곳은 전형적으로 흑해를 접한 관광단지이고 카지노가 성행하는 곳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겨울에는 춥고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열악한 상황은 지역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성수기에 이들 지역 경제는 심각하다. 저녁 7~8시에 고급식당이나 일반 대중식당에 손님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니 그 심각성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버스터미널 혹은 기차역에서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 등 대중교통 편이 구글맵에서조차 제공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만큼 관광객 등 외부 손님이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아니라면 이는 더 큰 문제이다. 물론 현재 기차를 현대화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인다.

 

이런 경험 등이 조지아와 주변국가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흐리게 만들었다. 조용하고 목가적이며 전원적인 정취를 접하고자 한 당초의 생각에 대하여 의문을 일으킨 것이다. 무리하게 버스로 전원적인 정취를 맛보고자 하는 생각이 의미가 없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그 대신 바다가 보이는 좋은 호텔방에서 모처럼 단잠을 푹 잤다. 덕분에 몸상태가 나아진 것 같다. 적당히 포기하는 것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다음 기회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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