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블리시에서 바투미로 가는 기차는 5시간 동안 천천히 나아간다. 창가의 전경도 그리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슬로우 라이프 중의 하나일 뿐이다.
마침 옆에 조지아 현지인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각각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소 고집스럽고 결단력이 있어 보이는 50~60대의 할아버지, 조용하면서 순정적으로 보이는 포근한 인상의 할머니, 그저 착해 보이는 아들, 좀 더 생활력있어 보이는 며느리, 예쁘나 다소 어색한 나이의 큰 딸, 천방지축 모든 것이 궁금하고 즐겁고 활기찬 막내 딸.
각각의 모습 면면이 그저 보기가 좋다. 이들에게 최대의 관심 포인트는 활발한 막내딸이다. 그저 가만이 있지를 못하고 여기저기 다니고 싶고 소리를 지르고 온 몸을 움직이다. 그러나 소란스럽지 않은 활발함이 즐겁다.
그러나 막내딸은 모든 순간이 즐거운 모양이다. 그저 연신 조잘 거린다. 자리에 일어나서 움직이는데 문제는 바로 2층 계단 옆이어서 좀 위험해 보였다. 어머니는 연신 마음이 편하지 않다.
혹시 저러다가 떨어지거나 넘어져서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이에 반하여 할머니는 조금 다르다. 다리로 안전대를 유지하고 더 넘어가지 않게 조치를 하고 있으나 막내딸이 강하게 원하는 것 같으면 다리를 풀어 이를 허용한다. 이제 막내딸이 위험한 지역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럴 때면 여지 없이 어머니의 손이 막내딸을 잡아챈다.
막내딸은 이에 저항하거나 심지어 울면서 불만을 표시한다. 막내딸 역시 어머니의 염려를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조용히 불만을 표시할뿐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애달프기도 한 모양이다. 할아버지는 가족전체를 위하여 커피를 사서 주거나 막내 손녀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 본다.
모두에게 5시간은 무료한 시간이다. 할머니는 핸드폰을 연신 꺼내어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할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대화하며 침묵의 어색함을 꺠뜨리기도 한다. 기차는 약간 덜컹거리면서 부드럽게 나름 열심히 달려 나간다. 기차의 흔들거림이 그리 나쁘지 않다. 오히려 부드럽게 흔들거리는 것이 가볍게 안마를 하는 것처럼 느낄 정도다. 슬로우 라이프의 가운데 있음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의 핸드폰 통화음이 독특하다. 마치 회색지대의 메아리 같이 느껴졌다. 약간은 회색도시 내지 회색 전원에 어울리는 음악같다. 그리고 보니 베이루트에서 이방인 여행자의 심금을 달래어 주는 블루스 음악과도 맥락이 비슷해 보인다. 이국적인 매력이 강하게 풍긴다. 그 음악을 어떻게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창가에 보이는 전경과는 잘 어울리는 독특함이 있다.
중앙아시아만의 색깔로 느껴진다. 그저 문화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약간은 중독성이 있어 보인다. 그 독특한 음악이 못내 메아리쳐서 다시 듣고 싶게 만든다. 한번 이 지역 음악에 대하여 한번 연구해 보고 싶게 만든다. 유목인들의 이동 등으로 인한 외로움과 고독함을 잔잔히 달래어 주는 그런 부드러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