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의 전원풍경을 보기 위하여 트빌리시에서 흑해의 항구 도시인 바투미(Batumi) 행(行) 기차를 타기로 했다. 이 기차는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비용은 25라리. 한화로 1만원 정도다. 5시간 가까이 걸린다. 어제 키예프에서 급히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였다.
아침에 간단히 사워를 하고 트빌리시 역으로 향하였다. 영어 표기가 없어서 어느 건물이 역사(驛舍)인지를 알 수가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겨우 택시기사가 알려 주었다.
역사라고 하지만 2층이 플랫폼인데 게이트가 겨우 2개만 있을 뿐이다. 3층이 티켓 오피스이고 그 위는 호텔로 보인다. 생각보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영상 2~4도 정도 되는 것 같다.
열차를 타려고 하니 승무원이 전자티겟을 확인하고 자신의 명단에서 재확인하며 또한 여권을 통하여 동일인인지를 재차 확인하다. 승차권은 2등실 1호차 56번이었는데 2층칸이었다.
마침 좌석이 마주보는 좌석이었는데 유럽 배낭여행 커플이 앉았다. 잠을 제대로 못 자 정신없이 자는 데 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옆에는 현지인으로 보였다. 부모님과 아들 내외 그리고 두 명의 딸이 타고 있었다. 어린 애들이 아주 예뻐 보였다. 그중 3~4살 밖에 안 되는 막내 아이가 가장 활발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모든 것이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바로 뒤가 계단이어서 잘 못하여 떨어지면 위험할 수도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인지 애들의 엄마는 연신 주의를 준다. 조지아에서 본 어느 가족의 일상이 행복해 보였다. 갑자기 한없이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는 조지아주와 잘 어울렸다.
눈을 창가로 돌리니 멀리 산세가 높아 보인다. 그리고 눈도 쌓여 있었다. 그 앞에 평야가 펼쳐져 있고 집들이 간간이 보인다. 열차 가까이에 있는 집들은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는 것 같다. 내팽겨친 폐가로 느껴진다.
그에 반하여 기차는 새로 개통한 것인지 매끄럽게 레일 위를 미끄러지고 있었다. 객차 내부도 상당히 청결하였고 분위기가 밝고 좋았다. 현대적인 느낌이다. 창밖 전경은 좀 더 목가적이다.
현대적인 기차, 행복한 조지아 가족, 차창밖 낡은 집, 그 너머에 펼쳐진 평화롭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 낮은 구릉지대, 그리고 멀리 산세가 높고 눈을 품은 산맥 등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루며 조지아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필자는 행복한 마음에 노트북을 꺼내어 간단히 기록해 본다. 그리고 지나가는 풍경도 핸드폰에 담아 본다.
포도주의 원산지이고 노아의 방주의 흔적도 보인다는 조지아. 그 나라가 조용히 필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다만 러시아어와 비슷한 표기가 좀 이국적이고 또한 낯설다. 이제 출발한지 3시간이 지났다. 그리 급할 것이 없는 이국땅에서의 오전 어느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