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여분으로 가지고 간 핸드폰이 말썽을 피운다. 다시 켜니 비밀번호 입력을 요구한다. 3번을 시도해도 안 되면 한국의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한다고 한다.
남은 컴퓨터 작업을 하니 이제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었다. 거의 뛰다시니 게이트로 향하는 데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제법 상당히 쌓였다. 갑자기 옷걱정이 되었다. 겨울 옷을 가지고 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Tbilisi)에서 사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비행기를 탔다.
2시간이 조금 지나니 트빌리시 공항에 착륙한다는 기내안내방송이 나온다. 막상 비행기에서 내리니 생각보다는 덜 춥다. 공항도 생각보다는 깔끔하고 밝은 느낌이다. 입국수속을 받는데 직원이 표정이 무표정했다. 조금 있다가 여권에 도장을 직어주더니 여권과 함께 미니 포도주를 주는 것이 아닌가?
이런 관경은 지금까지의 여행 중 처음 경험한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고 전환된 기분으로 입국수속을 마쳤다. 그러고 보니 조지아가 포도주를 최초로 제조한 국가이고 모든 사람이 다 포도주를 사랑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3기가에 30라리를 주고 심 카드(Sim Card)를 구입했더니 다른 가게는 6라리 정도밖에 안되 었다. 바가지를 쓴 것이 틀림이 없다. 그러나 비행기 동승자가 "가격 차이는 통신사의 품질에 따라 다르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여 그나마 다행이다. 위안이 되지는 못되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내로 들어가는데 택시는 40라리, 버스는 0.5라리이다. 지금 시간이 새벽 3시30분. 버스가 있느냐고 물으니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놀란 점은 시내로 가는 버스는 137번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저 버스에만 타면 되는 셈이다.
버스로 50여분, 택시는 20~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시간상 큰 차이가 없었다. 구글맵을 이용하고 버스운전자에게 물어보고 호텔 근처의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각형의 스퀘어 길에서 숙소는 가운데 있는데 들어가는 길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빙빙 도니까 들개가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겉옷을 길게 늘어 뜨렸는데도 계속 따라온다. 좀 불안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인근에 있던 3~4마리의 개가 크게 소리를 지른다. 필자 주변의 개들을 쫓아내는 것이 아닌가? 덩달아 놀랄 뿐이었다.
놀라서 근처 호텔에 들어가서 해당 숙소를 물으니 잘 모른다고 해서 전화로 연결해주니 큰 길가로 가면 직원이 나와서 맞아준다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고 큰 길가로 가니 손을 들어 반긴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젊은 여자분인데 인상이 좋았다. 반가움을 표시하고 길가에서 들어가는 곳으로 들어가니 가운데에 불이 아주 밝은 건물이 환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건물은 새로 지었는지 깔끔했다.
키를 받아 2층 룸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깔끔하고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온수로 샤워를 하니 살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방의 불빛이 밝아 마음도 기분도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