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에서 고민을 하다가 시내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 대신에 라운지에서 그간 밀린 컴퓨터 작업도 하면서 좀 쉬기로 했다. 편견 때문인지 공항은 그리 화려하지 않고 약간 맑은 회색빛 느낌이었다. 그기에 잔잔한 블루스 풍의 음악이 외롭고 지친 이방인의 마음을 깊이 자극한다. 그 음악이 여정을 떠난 여행자 대신에 슬픔을 품어 내는 것 같다. 그리고 잔잔한 수준의 음악의 흐름과 공항내의 분위기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마음속의 깊은 외로움, 슬픔 그리고 복잡한 마음모두들 그저 잔잔하게 쓰다듬어 준다.
라운지에는 시설이 별로 좋지 않고 음식도 너무 대충 마련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술은 없었다. 술이 있었다면 오늘도 맥주나 포도주 등을 마셨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술도 마시지 않게 되어 그나마 건강상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 어제 과음한 포도주가 내내 몸상태를 신경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발을 얹은 상태에서 망토 같은 가운을 덮으니 완벽한 취침자세가 되었다. 실제로 아주 단잠을 잤다. 눈을 떠 보니 3시 정도가 되었다. 다시 눈을 좀 붙여 눈을 떠니 4시 30분이다. 잠을 그나마 잘 자서인지 기분도 나쁘지 않고 몸상태도 약간 가뿐하게 느껴진다.
창밖으로 비행기가 보이고 작업하는 불빛이 보인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과 함께 외로운 이국에서의 새벽 풍경이다. 라운지의 불빛이 밝아 좋다. 너무 센치해질 수 있는 분위기이나 라운지의 은은하지만 아주 맑고 밝은 불빛이 균형을 잡아 준다. 그리고 창밖의 어둠도 작업하는 사람들이나 차량의 불빛 등과 조화를 이루어 활기한 아침 공기를 느끼게 해준다.
약간 지치기는 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국 땅에서의 아침이다. 허름한 호텔보다는 맑고 밝은 라운지에서의 아침이 훨씬 깔끔하게 와 닿는다. 아테네의 호텔은 비교적 고급스러운 호텔을 예약하였다. 기분 전환을 위하고 또한 건강을 위해서이다. 계속 다운되거나 몸상태가 좋지 아니하면 무리가 따를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기 방어본능이 스스로 콘트롤한 셈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멋진 궁전 등을 그리니 혼자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저 감사하고 싶다. 지금 나오는 저음의 잔잔한 블루스풍의 음악이 그져 애잔하고 복잡 다양한 마음을 달래어 준다. 음악이 이렇게 기분을 좌우할 줄이야..... 이국 땅에서 그 어느 친구보다도 은은하게 외로움과 애잔함을 꺼집어 내어 달래어 준다. 지금 이 시간은 귀가 정말 호강을 하는 느낌이다. 가슴 속의 상처가 그나마 많은 부분 쓰다듬어 지는 것 같다. 음악이 이렇게 삶에서 가까이 올 줄이야..... 온 세상에서 그저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고요하고 잔잔한 음악만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만큼 마음의 상처도 많은 모양이다. 라운지에서 청소하는 사람들의 소음가 싱그럽다. 새로운 아침이다. 새로운 태양이 뜰 것이다. 새로운 도전하는 삶의 과정을 마음껏 느끼고 즐기고 싶다. 또한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