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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동 중앙아시아 일기 7 - 타지마할에서 기차로 6시간만에 뉴델리로 오다

글 | 김승열 기자 2020-01-24 /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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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부 아그라의 타지마할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으나 세계적인 관광지인데도 시설이 너무 낙후되어 있었다.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야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근처의 티켓파는 곳을 수소문해 보았다.

 

뉴델리행 방법은 택시를 타거나 기차,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문제는 언제 타느냐였다. 올 때 버스를 타면서 워낙 시설이 낙후되고 교통상황이 열악하여 버스타는 것을 포기하였다. 남은 방법은 차를 타고가거나 기차를 타는 방법인데 차의 경우 안전상의 문제 등이 있어서 포기했다.

 

그래서 기차표를 예약하려 물어 보았다. "내일 공항에 7시 이전에 도착해야 하는 데 어느 시간대를 타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가장 안전한 것은 밤 9시 기차"라고 했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곤란하다"고 하니 대답이 신기했다.
"여기 인도는 차가 연착을 많이하고 오늘은 안개가 많아 상당한 연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라"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밤 9시 기차표를 발권해 달라"고 하자 "기차표가 이미 매진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이라고 기차역에 가서 들어오는 열차의 입석표라도 구해 보라"는 것이었다.


조언대로 기차역으로 향하였다. 툭툭은 150루피였다. 도착하여 물어보니 9시 기차는 매진되어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바로 탈 수 있는 입석표를 달라"고 하니 "신청서를 쓰라"는 것이다. 이름, 여권번호 등을 쓰고 서명을 하자 기차표를 주었다. 원래 오후 6시 30분기차인데 8시30분경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1번 플랫폼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안내방송이 나오면 3번 플랫폼에서 타면 된다"고 했다.

1층 대기실에서 기다리니 모니터가 있었다. 그런데 오후 8시 30분에 예정된 열차시간이 점차 변하였다. 9시 5분, 9시 30분, 마침내 9시 50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실제 플랫폼에 들어온 시간은 9시 58분 전후. 플랫폼 게이트 역시 3번에서 2번으로 바뀌었다.

 

객차는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그리고 열차 역시 버스와 마찬가지로 처참할 정도로 열악하였다. 거의 토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보니 기차역 주변 길가에 담요를 깔거나 아니면 그냥 누워자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거의 경악할 지경이다. 거의 모든 지역이 스트리트 피플로 가득 찬 셈이다.

 

인도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워낙 인구가 많으니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다. 갑자기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뉴델리역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새벽 2시 무렵이었다. 곳곳의 풍경은 폐허와 같은 건물과 도시만이 보일 뿐. 이 정도로 열악할 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어지러울 정도였다. 사람들 몰골도 거의 사진 속에 나오는 모습이다. 추운데 맨발로 걸어다니는 사람, 얼굴 가득 수염이 자란 사내···. 공포영화에 나오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였다.

 

새벽 뉴델리역 앞에는 툭툭과 택시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날씨는 춥고 달리 쉴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공항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택시비는 700루피 정도 이야기하는 데 600루피로 가기로 했다. 공항으로 가는 도시의 모습은 너무 황당했다. 물론 높은 건물도 보였지만 거리의 모습은 열악했다. 길에 자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날씨가 굉장히 추워 동상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들을 제대로 관리해 주지 못하는 정부도 얼마나 안타까울까? 인간의 기본권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 문제를 그대로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40여분 지나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안으로 들어서자 너무 일찍왔다고 하면서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군인이 제지했다. 끝에 있는 방문자 라운지(VISITOR’s Lounge)로 가라는 것이다. "여기서 기다리다가 체크인을 하겠다"고 해 막무가내였다. 할 수 없이 티케팅 업무를 보는 항공사 직원에게 이야기를 하니 "보딩패스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 직원이 나의 티켓을 확인한 뒤 군인에게 말해 겨우 해결이 되었다.

 

아마도 테러 등 보안문제가 심각한 모양이옸다. 여러가지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델리나 기타 인도 여러 곳을 둘러보고자 하는 생각을 접었다. 뉴델리대학교를 방문할 생각을 했지만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과거 화려한 역사를 가진 인도의 현대 모습은 가히 충격적일 정도로 열악하였다.

 

겨우 공항 라운지에 도착하니 살 것 같았다. 샤워 등을 할수 있는 라운지는 이미 만석이어서 겨우 앉아서 스낵정도를 먹을 수 있는 라운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보통 체크인한 이후의 공간에 라운지가 있는데 뉴델리에서는 도착하는 층에 라운지가 있어 체크인 이전에 이용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놀란 마음을 지우려고 술을 한 잔하려고 했다. 술은 별도로 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작은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한 병이 각 510루비. 1020 루피를 지급하고 두 병을 다 마시면서 간단한 스낵으로 요기를 하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나도 모르게 의자에 앉아 모처럼 달꼼한 꿈의 세계에 빠졌다. 꿈 속에서도 거리의 모습 등이 보였던 것 같다. 그러나그나마 단잠을 달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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