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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일기 94 - 삶에서 자그만한 여유를 찾는자만이 가장 행복하고 복된 사람이다

글 | 김승열 기자 2020-01-24 /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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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행 비행기 예매를 하는데 경유 비행기를 택하고 말았다. 태무심하게 예매를 한 탓이다. 방콕을 거쳐가는 경유인데 방콕에 공항이 두 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같은 공항에서 좀 기다리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다간 큰 코 다칠 뻔했다. 그나마 시간상 여유가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나 불편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니 갑자기 짜증이 났다. 아니, 나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슬로우 삶에 대하여 눈을 뜨고 보니 어차피 방콕 시내를 둘러보고 가라는 하나님 말씀처럼 들렸다. 

사실 작녁에 방콕에서 국제세미나가 있어 방콕 시내를 둘러보기는 했다. 그러나 단체로 우루루 몰려다니다 보니 도대체 기억이 나지않고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이번과 같은 기회는 금상첨화다. 대중교통을 타고 가보리라 마음 먹었다.

 

방콕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관심도 없었으나 지하철 등을 타고 다른 공항으로 가야하는 입장에서는 시내 구조를 파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하니 재미있기까지 하다. 야간이므로 전철이 좋을 것 같아 전철로 노선을 알아 보았다. 그랩을 타면 거의 500~700바트이니 너무 비싸다. 그리 급한 것도 없으니 지하철을 타는 태국 시민들의 일상도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막상 지하철을 타려고 하니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나 한 번 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용기를 내어 지하철역이 어딘지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을 들었다. 공항셔틀이 6번 게이트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반가운 것은 무료. 감사한 일이다.

 

6번 게이트에서 셔틀버스에 오르려 하자 운전기사가 도장을 받아오라고 한다. 인포메이션에 가서 이티켓(e-ticket)을 보여주면 된단다. 오늘 예약했는데 제대로 이메일 회신이 안 되어 찾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안쓰러운지 창구 직원이 어디에 가느냐고 묻는다. 뉴델리로 간다고 하니 바로 도장을 찍어준다. 그저 감사하다. 그렇지 아니하면 한참을 스트레스 속에서 헤매였을 텐데… 너그럽게 사람을 대한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사람을 대한 것에 대해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여유를 가진다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큰 감사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깊이 새기게 된 사건이다.

슬로우 삶이 그래서 좋은 모양이다. 좀 더 슬로우 인생을 살아야겠다. 남과 비교하여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닐까? 가끔 잘 나가는 친구를 보면 부럽고 자신이 한심스럽다고 자책하게 된다. 그러나 어차피 유한한 인생에 돌아갈 때는 그저 무로 회귀하는 것인데 과연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살아가는 과정,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함 그리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위로도 하는 여유를 가져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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