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데카 독립광장을 들러기 전에 센트럴 광장을 한번 보기로 했다.
길을 나서는 데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지난 번 캄보디아 국경 안으로 들어 왔을 때 외무부의 경고 문구였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가능한 긴팔 복장으로 다녀라’는 문구에 신경이 쓰였다. 라오스의 비엔티안에서 급히 툭툭을 하는 바람에 숙소에 가디건을 두고 왔기 때문이었다.
센트럴 광장으로 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건기여서 비가 올리가 없는데 신기하였다. 그렇지만 과거 유럽에서의 경험 때문에 배낭에 항상 우산을 휴대하고 다녀서 우산을 꺼내어 천천히 걸어 갔다. 좀 지나자 비가 거의 폭우 수준으로 내렸다. 그래서 그냥 간단히 보고 지나친 센트럴 마켓을 다시 들어 갔다. 비가 좀 피하고 물건도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가디간 종류를 구입하고자 하였다.
비교적 현대적 스타일의 시장이었다. 기념품 기타 토산품 등 다양한 물건이 있었다. 가디건을 살까 했는데 가디간을 취급하는 상점은 거의 없었다. 거의 포기한 상태였는데 앞으로 저녁에 모기에 덜 물리려면 긴 팔 옷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긴팔 셔츠를 찾아보니 현지인들이 입는 셔츠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중 몇 개를 입어 보고 가격을 물어보니 제대로 할인을 해주지 않았다. 그간 긴팔 소매가 있는 셔츠를 살려고 했는데 적당한 시장이나 상점을 구할 수가 없었던 기억이 떠올라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100링깃을 부르는 것을 85 링깃으로 샀다. 점원은 이 셔츠의 재료가 비단이라고 계속 강조했다. 그런데 그 진위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래도 실크라고 하니 한번 믿어 보고 싶다. 과거 중국 상하이에서 비단공장에 가서 산 비단 넥타이는 지금도 애용할 정도로 그 품질이 아주 좋았다. 이후 비단에 대하여 맹목적적 사랑이 시작되어 온 셈이었다. 이번 센트럴 시장에서 산 비단 셔츠가 필자에게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 주기를 기대해 보고 싶다
옷을 입고 흥정을 하는데 은근히 말레이지아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똑같은 셔츠인에 인도네시아산과 말레이지아 산을 비교하면서 말레이지아 산의 셔츠가 절대적으로 좋고 비싸다는 취지로 이야기 했다. 말레이지아 국민의 은근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사실 말레이지아가 국민소득이 동남아에서는 싱가폴 다음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말레이지아 사람들은 거의 다가 영어에 능숙해 보였다. 길가나 상점 등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은 누구나가 다할 수 있는 것 같아서 가히 놀라웠다.
우리나라 가격 기준으로도 셔츠가 좀 비싼 것 같기도 하지만 물론 좁은 티셔츠가 아니라 시장 등에서 구입가능한 셔츠를 기준으로 할 때 이야기이다. 당장 긴팔 소매가 필요하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