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 타는 슬리핑 버스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마치 집단 수용소와 같은 느낌이랄까.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옆 사람이나 구조물과 부딪치게 되어 있었다. 특히 머리를 조심해야 했다.
2층 칸인데도 난간이 없어 떨어질 염려를 해야 했다. 물론 버스가 그 정도로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좀 염려스러웠다. 복도라고 할 수가 없다. 옆으로 몸을 뉘어 한 사람이 겨우 움직일 정도였다.
버스 운전기사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인생은 운수소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잘못한 일에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절감했다. 거의 인생 철학에 대하여 생각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실감하며 몸소 실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밖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여기서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그저 잠을 청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행히 호텔에서도 잠을 설쳐 잠이 오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담요를 덮었는데도 찬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가디건까지 입고 누웠는데도 말이다.
자는 둥 마는 둥이었다. 2층 난간에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도 들어서 버스 손잡이를 잡았다 폈다 해보지만 달리 안전을 확보할 방법이 없었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와 같이 허술한 안전장치가 있는 버스를 한국에서는 허가를 내 줄까?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보였다. 그런데도 어디로 향하는지, 저마다 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로 버스는 만원 사례였다.
이번 여행에서 슬로우 보트여행도 처음이고 나아가 슬리핑 버스도 처음이다. 물론 위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을 비우고 좀 여유를 가지니 의외로 매력적인 면이 적지 않았다.
먼저 비용면이다. 비행기보다 현저하게 싸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간활용 면이다. 슬리핑 버스의 경우 달리 호텔에서 숙박할 필요가 없이 그대로 움직이는 여인숙(?)인 셈이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동남아 여행에서 멋지고 산뜻한 여행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열악한 국가에서의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