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보트에는 거의 유럽 배낭족이 타고 있다. 아니면 은퇴한 노부부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치앙마이의 요리학교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가 생각난다. 그는 미얀마, 캄보디아를 여행하고 3주 정도 태국에 머무른 뒤 인도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벌써 3개월이 지났다고 했다. 그가 사는 곳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였다.
휴가 기간이냐고 물으니 긴 휴가라고 했다. 어느 정도냐고 하자 그것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일을 그만두고 긴 휴가 기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여행은 자신도 모르고 단지 자신의 은행 잔고가 알려준다는 것이다. 잔고가 거의 떨어지면 그때는 여행을 그만두고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년 단위로 일을 하고 다시 여행 떠난 다음, 돈이 떨어지면 일을 시작한다고 했다. 자신의 은행 잔고가 많아 당분간 여행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여행을 즐길 정도로만 충분한 돈만 있으면 된다.”
어제 만난 덴마크의 청년은 4개월간의 휴가를 받아 그간 동남아국가들을 돌아다니다가 앞으로 2주 후에는 돌아간다고 했다. 또한,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현재 그리스에서 사는 젊은 친구는 라오스를 한 달 정도 머물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간 3~4개월 여행 중인데 계속 여행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자신은 그리스의 앞바다의 섬에서 살고 있어서 슬로우 보트에 익숙하다고 했다.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보였다. 한국의 젊은이들 역시 해외 배낭여행이 어느 정도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아 반가울 따름이다. 국제화 시대에 좀 더 많은 젊은이가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고정관념과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배우는 소중한 문화체험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