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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일기 38 - 팍벵에서의 일박

글 | 김승열 기자 2020-01-11 /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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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직원의 이야기로는 팍벵(Pak Beng)에 도착하면 이름을 적은 표지판을 들고 있는 직원이 나온다고 일러주었다. 그러나 저녁식사나 호텔투숙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그저 태무심하였다.

 

그런데 배가 도착했지만 표지판을 든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선착장에 있던 한 사람이 그린 투어(Green Tour)인지를 물어왔다. “그렇다”고 답하니 그제야 “자기네 손님이 맞는 것 같은데 먼저 영수증을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라오스 선착장에 듣던 얘기와 달랐다. “팍벵에서 직원이 이름표를 가지고 나올 것이니 영수증은 필요없다고 했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화가 났다. 그래서 “이창마이 호텔에서 사전에 예약을 하였고 패키지B를 예약해서 식사까지 모두 부담하기로 된 것인데 어떻게 된 것인지”를 따졌다. 그 직원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일단 하얀색 건물로 가라”고 한다.
자기들은 그렇게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 일단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라는 것이었다. 덧붙여 “저녁은 식사제공이 안 되고 내일 아침과 점심도시락은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그런데 치앙마이에 연락하기도 늦은 시간이고 해서 할 수 없이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호텔에 가니 직원 중에 영어를 하는 이가 없었다. 통역을 도와준다고 데리고 온 사람을 보니 이제 겨우 고등학생에 불과한 어린 학생이었다. 이 학생 역시 영어를 거의 못하였다. 할 수 없이 구글 번역기를 통하여 겨우 의사소통을 하였다.
당장 심카드를 사야 해서 물어하니 “심카드와 티켓을 건네면서 일주일 사용하는 데에 3만 깁”이라고 했다. 한화로 4000원 정도. 아무래도 바가지를 쓴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루앙프라방에서 비엔티안으로 가는 VIP버스 예약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모두 “모른다”고 했다. 내일 슬로우 보트를 타면 오후 5시에 루앙프라방에 도착하는 데 마지막 버스기 저녁 8시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터미널 전화번호라도 알면 필자가 전화로 예약을 하겠다고 했는데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근처 가게에서 물어보니 여기서는 예약이 안 된다고 했다. 내일 슬로우 보트를 타고 터미널에 가면 버스가 많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달리 방법이 없어 보였다. 정 안되면 루앙프라방에서 1박을 하는 수밖에….
 
호텔방에 들어와 보니 전망은 그나마 좋아 보였다. 2층이어서 강이 내려다보이는데 문제는 객실의 형광등이 어두웠다. 실내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전화나 냉장고, TV도 없었다. 달리 필요 없기는 하지만…, 방은 그래도 어제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그나마 수건은 있었기 때문이다.
 
라오스는 한국의 1960~70년대의 모습이었다. 통역을 한다고 나온 친구는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란다. 그런데 아주 깔끔하고 말하는 것도 예의가 발랐다. 어쨌든 어린 학생이 도와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1만 깁을 주니 고맙다고 밝게 인사를 하니 귀여웠다.
조만간 라오스도 경제발전을 제대로 이룩하여 어린 친구도 좀 더 밝게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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