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보트란 다른 것이 아니라 60~70 명 정도 탈수 있는 일반적인 배를 의미했다. 생각보다는 그리 나쁜 배는 아니었다. 승객을 보니 라오스 현지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가 유럽 배낭족들이었다. 동양인 관광객은 현지인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려웠다.
메콩강은 그저 도도히 하류로 흐를 뿐 달리 파도가 없다. 호수를 떠다니는 것 같이 안정되고 평온했다. 버스 타는 것 보다는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는 하지만 메콩강 주변의 경관도 보면서 유유자적함을 누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조금 지나자 유럽의 젊은이들이 서로 모여서 즐겁게 대화하고 술도 마시며 춤도 추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그리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조금 목소리가 높을 뿐이었다.
중국드라마 등에서 나오는 강호(江湖)에서 배를 타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배가 크게 흔들리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속도도 마음에 들었다. 문자 그대로 슬로우 보트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남아 노트북을 꺼내었다. 물론 와이파이가 안 되어 인터넷 검색은 안 되었지만 간단한 논문을 읽는 등 컴퓨터 작업을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그리고 간간히 부는 바람도 좋았다. 그리고 강가의 목가적인 정취도 부담없이 다가왔다. 모두가 아무런 부담이 없는 분위기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메콩강이 그리 깨끗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니 공장폐수가 유입되는 것도 아닐 텐데 물이 맑지 못한 것이 끝내 안타까웠다. 강물이 맑았으면 천연의 자연정취를 더 느꼈을 텐데 아무래도 환경 관리가 미흡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흐린 강물도 부담 없이 다가왔다.
메콩 강을 사이에 두고 강변 양쪽으로 펼쳐진 라오스와 태국의 전경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그리 바쁜 세상사를 잊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 햇빛도 좋고 간간이 부는 바람도 좋고 강가의 풍광도 그저 평온했다. 생애에 이와 같이 느긋한 슬로우 보트 여행은 처음이다. 앞으로도 쉽게 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또 다른 세상을 보는 느낌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