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존 던의 〈누구를 위하여 종(鐘)은 울리나〉

‘인간은 섬이 아니다’ … 많은 시인에게 영감 줘

글 | 김승열 기자 2019-12-18 /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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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Whom The Bell Tolls
  (No man is an island)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or of thy friend's or of thine own were: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존 던(John Danne)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갑(岬)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며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리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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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던

 

이 글은 영국 성공회 사제였던 존 던(John Donne·1572~1631)의 기도문(《Meditation 17, Devotions upon Emergent Occasions》) 중 나오는 글로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었다. 대표적인 예가 헤밍웨이다. 그는 시에 나오는 한 구절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소설 제목으로 발표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I am a Rock〉에서도 존 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다음은 노랫말 일부다.
 
 
A winter’s day(어느 겨울날)
  In a deep and dark December(깊고 어두운 12월)
  I am alone(나는 외로이)
  Gazing from my window(창문에 기대어)
  To the streets below(거리를 바라보았네.)
  On a freshly fallen, silent shroud of snow(깨끗하게 누운, 말없이 눈이 덮였네.)
  I am a rock(나는 바위)
  I am an island(나는 섬)

 
  정현종 시인의 〈섬〉이란 시도 존 던의 냄새가 난다. 시는 단 2행에 불과하지만 많은 여운을 준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작 〈섬〉 전문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말한다. 그 섬이 사람 자체를 의인화한 것이 아닐지라도 사람과 관련돼 있다. 그 사람이 풍기는 내면일 수 있고, 그의 채취를 느끼게 하는 물건일 수도 있다. 그 섬이 꼭 사람과 일치하지 않아도, 그를 연상시키는 객체가 섬이라면, 그 섬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시적 화자는 섬을 통해 사랑하는 이와 소통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탄다. 외로움의 시적 공간이 섬이다. 바다 가운데 홀로 떨어져 있으니까. 섬은 외로움, 고독 같은 단어와 곧잘 어울린다. 동해바다에 있는 우리의 섬, 독도(獨島)도 풀이하면 ‘외로운 섬’이다. 서유석의 노래 〈홀로 아리랑〉의 한 구절이다.
 
 
〈…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며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
 
  지난 9월에 창비에서 출판된 시인 이시영의 열네 번째 시집 《하동》에 2행짜리 시 〈보길도〉가 실렸다.
 
 
몽돌밭에 낮은 파도 몰려와 쓸리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작고 낮은 그 소리
  - 이시영 작 〈보길도〉 전문

 
  외로운 섬에서 듣는 파도 쓸리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작고 낮은 소리’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보길도’ 하면 임철우의 장편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가 떠오른다. 1991년 발표한 이 소설은 ‘낙일도’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섬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분단문제를 다룬 소설 속 섬은 사람 사이에 결코 다가갈 수 없는 불통의 상징, 타인과의 소통을 갈망하는 상징이다. 2년 뒤 박광수 감독이 이 소설을 영화화했는데 촬영지가 보길도 예송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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