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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과 판사 사이의 '합리적 의심'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차이?

글 | 김승열 기자 2019-12-16 /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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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급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이루어졌다. 죄명은 강간이었다. 이에 대하여 배심원 7명 중 5명은 무죄, 2명은 유죄 평결을 하였다. 그런데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의견과는 달리 유죄를 선고하였다. 3년의 실형선고를 내린 것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판단을 하기위하여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이 필요하다. 이에 대하여 일반인으로 구성한 배심원은 5:2로 무죄의 평결을 하였다. 즉 일반인 시각에서 보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런데 판사는 일반인의 시각과는 달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이 있다고 본 것이다. 물론 현행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법에 의하면 판사는 배심원의 평결에 구속되지는 아니한다. 그러나 형사법원칙에 따른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 정도에 관하여 배심원과 판사의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무죄에서 징역실형 3년, 즉 천당과 지옥에서 왔다 갔다하는 것이다.

 

형사법원칙에 의하면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상적이고 평균적인 배심원이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판단한 사항에 대하여 법관만 이에 반하게 판단한 것이다. 이는 곧 법관이 사실인정이 일반인의 사실인정과는 다르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누구의 판단이 옳고 그름을 떠나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상당수의 의견이 있다면 법적으로 이에 구속될 의무는 없지만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법관 보다는 다수의 배심원의 판단이 집단지성적인 측면에서 좀더 합리적일 수 있기 떄문이다. 물론 배심원은 법의 전문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배심원의 판단을 만연히 무시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다. 판사 역시 편견과 오해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판사는 범인을 처벌하는 역할뿐만이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법을 선언하는 지위에 있다. 그렇다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입증이 없다고 하는 배심원 5인의 판단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달리 이들의 판단에 특별한 이상징후가 없다면 말이다. 그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배심원의 평결을 무시하고 이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행여 법관이 법관만의 생각으로 일반인의 건전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 배심원의 평결을 무시하는 것은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심원의 다수 평결에 반하는 판결을 내림에 있어서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 추후의 오해의 소지를 해소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배심원의 평결은 존중되어야 한다.

 

현재 이부분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집중논의될 문제점이다. 유독 성 문제에서 법관이 배심원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되는 것은 충분히 설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법관의 판결이 건전한 사회상식과 괴리가 되는 엉뚱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사회전체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차제에 가능하면 국민참여재판법상으로 배심원의 평결이 법관을 구속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범사회적인 공론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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