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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축구, 3번 연속 실축이 이미하는 것은?....

운동선수의 내적 동기와 기대심리, 스트레스·불안·긴장 등이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

글 | 김승열 기자 2019-12-13 /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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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심리학에 대하여] 기자의 기억 속에 잊히지 않는 경기가 있습니다. 2011125일 밤을 기억합니다. 그날은 한국과 일본이 아시안컵 준결승전이 열리던 날이었지요. 연장접전 끝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 돌입했어요. 한국은 예상 밖에도 어린 선수들을 키커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구자철, 이용래, 홍정호 등 1, 2, 3번 키커가 모두 실축하면서 0-3으로 패했지요.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3명이 나란히 실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승부의 최대 고비에서 어린 선수들을 키커로 내세운 조광래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졌지요. A매치에, 그것도 출전 경험이 많은 박지성과 이영표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조 감독은 이렇게 말했어요.

이영표 선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실축한 경험이 늘 따라다닌다.”

 

조 감독은 그러나 박지성 선수에 대해선 특별한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스포츠 신문 기자들 얘기를 들어보니, 박지성 선수는 유소년 시절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뒤 크게 낙심해 급박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승부차기를 피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두 간판스타를 키커로 안 내세운 것은 바로 승부차기 부담감을 걱정했기 때문이란 얘기였어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최민호 유도선수(60kg)는 큰 대회마다 3위를 차지해 동메달 그랜드슬램이란 별명이 붙었다고 해요. 경기를 앞두고 너무 불안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거예요. 베이징 올림픽에서 결국 금메달을 딴 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심리치료를 받아 큰 도움을 받았다. 만약 선수에서 은퇴한다면 심리치료 일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의 여자양궁이 은메달을 딴 것을 두고도 말이 많습니다. 기술과 실력 면에서 중국은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중국 응원단의 훼방과 소음 등이 원인이었다고 하지만 '여자양궁=금메달'을 당연시하는 심리적 부담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월등한 기량을 가졌으면서 결정적 고비의 심리적 무게를 견디지 못했던 거지요.

 

사실, 스포츠는 심리입니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심리학에서 스포츠 연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스포츠 심리학은 심리학적 연구를 통해 얻어진 인간심리를 스포츠에 접목시킨 학문입니다.

 

운동선수의 내적 동기와 주위의 기대심리, 여기다 치열한 경쟁, 관객의 야유와 응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불안·긴장 등이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막상 경기장에 서면 긴장 탓에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외국에서는 심리치료가 보편화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초보단계라고 해요.

 

스포츠 심리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가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입니다. 머릿속에 자신의 운동과 동작을 그려보는 것을 의미해요. 시합이 끝난 뒤에 경기 중 상황을 그려보면서 다음에는 그 동작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그러나 이미지 트레이닝은 시각적인 회상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청각, 후각, 촉각, 운동감각 등 가능한 한 많은 감각을 동원합니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가 머릿속에서 배트를 휘두르면, 따악! 하는 타격소리와 함께 들리는 관중의 환호, 배트를 휘두를 때 허리와 다리의 위치, 그리고 야구화가 땅에 끌리는 소리 등 모든 오감(五感)을 동원해 마음속에 그려볼 수 있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앞서 소련 선수들은 캐나다 몬트리올 시의 사진을 항상 걸어두었다고 합니다. 경기장에서, 숙소 침대 앞에, 밥 먹을 때도 항상 몬트리올 시 사진을 보면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날마다 상상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선수들은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요.

   

이미지 트레이닝의 기원은 마라톤의 유래와 일치합니다. 기원전 490년 그리스와 페르시아 전투에서 그리스가 승리하자, 병사 페이디피데스는 승전보를 전하려고 아테네까지 달려갑니다. 그 달려간 거리가 지금의 마라톤 거리(42.195)와 일치하지요. 병사는 그 먼 길을 달리며 현재 거리보다 5앞을 달리는 자신을 단계별로 상상하고 완주를 머릿속에 그렸다고 합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마라톤에 활용한 셈이지요.

   

이미지는 과거에 대한 회상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일에 대처하는 창조(創造)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 선수의 시합 장면을 보고 나서 그 선수를 대상으로 공격 전략을 머릿속에서 펼쳐보면서 자신의 실수를 고치고 새로운 테크닉도 연습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스포츠 심리학에서 자주 활용되는 기법을 알아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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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동(욕구, Drive)이론은, 운동선수의 각성(Arousal, 흥분이나 자극 등 각종 신경이 활동 중인 상태)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운동 수행력이 높아진다는 이론입니다. 승리에 대한 불타는 의지가 높을수록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잘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을수록 마음 한 구석에서 두근두근 하는 불안이 같이 엄습해 옵니다. 각성수준이 더욱 높을수록, 불안감도 동반상승하지요.

   

그래서 나온 이론이 ()U자 가설입니다. 불안과 운동수행의 그래프 곡선이 역U자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불안이 낮거나 너무 높아도 안 좋고, 중간 정도일 때 가장 운동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선수들마다 불안수준이 다릅니다. 이 개인차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이론이 최적수행지역(ZOF, Zone of Optimal Functioning)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중간 정도의 불안수준일 때 가장 좋은 성적을 낸다는 U자 가설을 부인하면서 반드시 특정 수준의 불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 개개선수는 최고의 수행을 발휘할 때, 자신만의 고유한 불안수준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신이 실력발휘를 잘 하는 ZOF 상태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이용하여 최고의 수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한 레슬링 선수의 맥박을 재어 보니, 1분에 70번 뛸 때 가장 경기력이 뛰어났다고 한다면, 맥박 수준을 70번에 맞추도록 노력합니다.

   

마턴(Martens)심리에너지 이론은 마음먹기에 따라 불안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과 관련이 있지요. 각성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긍정적 심리 에너지가 발생해 경기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부정적 심리에너지 때문에 경기를 망친다는 얘기입니다. 인지불안(근심, 걱정)을 무조건 부정적 에너지로 해석하지 말고, 긍정적 동기로 생각한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생각하기

   

다음 중 운동선수의 유능감을 높이는 피드백과 손상시키는 피드백은 무엇인가.

   

좀 더 열심히 하면 네가 100m 기록을 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 있구나. 이 기록을 깨기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단다.”

   

>>Tip

   

피드백이란 운동선수(학생)의 사고나 감정, 행동에 대해 코치(교사) 자신이 보고 관찰한 것을 전달하여 그 현재 모습을 지지하든가 아니면 변화시키는 기법입니다. 선수 편에서 그 변화와 성장을 돕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죠. 피드백에는 인정적 피드백(현재 모습과 변화를 지지하는 피드백)’교정적 피드백(현재의 모습을 교정해 새로운 모습을 격려하는 피드백)’이 있습니다.

   

은 유능감을 높이는 피드백입니다. 코치(교사)가 운동선수(학생)의 능력을 인정하며, 선수 스스로 노력함으로써 우승할 수 있음을 격려하고 있으므로 유능감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피드백입니다.

은 유능감을 손상시키는 피드백입니다. 겉으로는 코치가 운동선수를 격려하는 듯 보이지만 아무리 해도 어렵다는 속마음을 풍기죠. 한마디로 선수 능력에 대한 믿음이 결여돼 있어요. 이럴 경우 선수는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떨어져 좋은 경기를 펼치기 어렵습니다.

   

운동선수는 어떤 경우에 유능감이 생길까요. 운동심리학자들은 선수들의 현재 수준과 약간의불일치를 조장할 수 있는 도전적 과제를 제시하라고 권합니다. 쉬운 과제는 자신이 유능하다는 것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내재적 동기를 유발하기 어렵습니다. 도전적 과제는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줄 수 있으므로 동기 유발에 도움이 됩니다.

 

>>핵심 키워드

   

그랜드슬램

추동이론

U자 가설

최적수행지역 이론

심리에너지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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