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찰스 부코스키의 〈야망 없이 살자는 야망〉

나는 늘 아리송했고 아버지와 나나 똑같은 존재였다

글 | 김승열 기자 2019-12-11 /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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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on-ambitious ambition
  Charles Bukowski
 
  my father had little sayings which he mostly shared
  during dinner sessions; food made him think of
  survival:
  “succeed or suck eggs. . .”
  “the early bird gets the worm. . .”
  “early to bed and early to rise makes a man (etc.). . .”
  “anybody who wants to can make it in America. . .”
  “God takes care of those who (etc.). . .”
 
  I had no particular idea who he was talking
  to, and personally I thought him a
  crazed and stupid brute
  but my mother always interspersed these
  sessions with: “Henry, listen to your
  father.”
 
  at that age I didn't have any other
  choice
  but as the food went down with the
  sayings
  the appetite and the digestion went
  along with them.
 
  it seemed to me that I had never met
  another person on earth
  as discouraging to my happiness
  as my father.
 
  and it appeared that I had
  the same effect upon
  him.
 
  “You are a bum,” he told me, “and you'll
  always be a bum!”
 
  and I thought, if being a bum is to be the
  opposite of what this son-of-a-bitch
  is, then that's what I'm going to
  be.
 
  and it's too bad he's been dead
  so long
  for now he can't see
  how beautifully I've succeeded
  at
  that.
 
 
 
야망 없이 살자는 야망
  찰스 부코스키(번역 황소연)
 
  아버지는 저녁을 먹다가 자꾸 소소한 격언을
  늘어놓았다. 아버지가 음식 앞에서 떠올리는 건
  생존이었다.
  “성공하지 못하면 달걀 껍데기를 핥게 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어쩌고저쩌고)….”
  “미국에서는 하고자 하면 누구나 성공한다….”
  “하늘이 돕는 자는 (어쩌고저쩌고)….”
 
  대체 누구한테 말하는 걸까
  나는 늘 아리송했고
  아버지를 정신 나간 머저리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항상 그 설교 시간에
  추임새를 넣었다. “헨리,
  아버지 말씀 새겨듣거라.
 
  그 나이의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음식이 설교와 함께
  배 속으로 내려갈 때면
  식욕은 가시고
  속은 더부룩했다.
 
  내 생각에
  아버지만큼
  내 행복에 초를 치는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나 역시
  아버지에게 똑같은
  존재인 듯싶었다.
 
  “게을러터진 녀석.” 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평생 게으름뱅이로 살 녀석!”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게으름뱅이로 산다는 게
  이 개새끼와 정반대로 사는 거라면,
  앞으로 꼭 그렇게 살아야겠구나.
 
  아버지가 오래전에
  죽는 바람에
  내가 그것만큼은
  성공했다는 걸
  못 보여주는 게
  안타까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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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1920~1994)는 ‘열정이 가득한 미치광이’ 시인이라 불린다. 독일계 미국 시인 부코스키는 ‘빈민가의 계관시인’ ‘언더그라운드의 전설’로 알려졌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현대 시인 중 한 명.

그는 평생을 잡역부, 철도 노동자, 트럭 운전사, 경마꾼, 주유소 직원을 전전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중충하고 평범한’ 일만 했다. 솔직한 문장과 직설적인 표현이 담긴 그의 소설과 시는 미국 하층 노동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1994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권의 시집과 6편의 장편소설, 10권이 넘는 산문집을 펴냈다.

 

그의 묘비엔 ‘Don’t Try’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생전 부코스키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애쓰지 마라. 이 점이 아주 중요하다. 기다려라.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좀 더 기다려라. 그건 벽 높은 데 있는 벌레 같은 거다. 그게 너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려라. 그러다가 충분히 가까워지면 팔을 쭉 뻗어 탁 쳐서 죽이는 거다.”
  
어쩌면, ‘애쓰지 마라’는 그의 말이, 혼란스런 이 시대를 건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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