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다시 경험하고 싶게 만들어

자신의 실력보다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는 과정 거쳐야

글 | 김승열 기자 2019-12-05 /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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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에 관하여] 요즘 몰입이란 말이 유행입니다. 영어몰입, 몰입경영, 조직몰입. 심리학과 경영학 분야에서 몰입은 무시할 수 없는 키워드가 됐습니다. 몰입은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완전히 빠져드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몰입이란 개념은 헝가리 태생의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정립했습니다. 그는 명상가, 오토바이족, 체스 선수, 조각가, 공장 근로자, 발레리나 등 남녀노소(男女老少) 수 천 명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만족을 얻었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를 물어보며 몰입 이론을 체계화시켰습니다.

그는 인터뷰 참가자들에게 무선호출기를 나눠주고 밤낮 없이 무작위로 호출한 뒤, 호출을 받는 그 순간에 그들이 느끼는 생각, 감정 등의 몰입 정도를 기록하게 했어요.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설명하며 자신의 형 이야기를 곧잘 꺼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부다페스트에 계신 이복형님을 찾아갔거든요. 형님은 정년 퇴임한 뒤로 일삼아 광물을 관찰하지요. 그런데 형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며칠 전 아침을 먹고 나서 수정을 꺼내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있었는데, 내부 구조가 갈수록 어두워 보여 구름이 해를 가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벌써 날이 저물어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수정의 황홀경에 빠져 하루가 다 가는 줄 몰랐던 겁니다. 동양의 몽자(夢字) 소설이나 전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일지 몰라요.

경남 진해시 장천동과 북부동 사이에 천자봉(天子峰)이라는 산이 있는데, 이런 전설이 있어요. 어느 날 배()씨 성을 가진 생원이 나무하러 천자봉에 갔는데 백발 노인 두 분이 장기를 두고 있더랍니다. 세월 모르고 구경을 했겠지요. 이윽고 장기를 다 둔 노인들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길래 그제야 부랴부랴 집에 가려고 도끼를 찾았더니, 워낙 많은 세월이 흘러 도끼자루가 다 썩어 버렸더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중국 고사와 관련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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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은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쾌락과 달리 회상과 닿아 있습니다. 닫혔던 시각을 확 틔워주는 독서의 즐거움이나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람에 눈뜨게 하는 사랑의 체험, 혹은 박빙의 경쟁에서 이겼던 기억처럼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다시 경험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 몰입입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자기실현의 욕구란 유명한 이론을 내놓았지요. 자기실현의 욕구는 인간이 지닌 가장 최상위의 욕구로, 밥 먹고 싶거나(생리적 욕구) 길 가다가 낯선 사람에게 매 맞을 것 걱정(안전의 욕구)하는 욕구보다 고차원적이죠.

매슬로우의 자기실현의 욕구는 다른 욕구들과 달리 일정한 한계가 없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보통 생물학적 욕구는 일정 수준 이상 충족되면 자동적으로 욕구가 사라지죠. 밥을 먹다 배가 차면 숟가락을 놓고, 겨울철 난방이 뜨거우면 보일러를 끄는 식이죠. 그러나 자기실현의 욕구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욕구의 충족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욕구는 더 강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자아실현의 욕구를 달성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매우 창의적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그들이 모두 작가나 예술가도 아니며 항상 예술적 작업에 종사하진 않아요. 하지만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언제나 독창적이며 새로운 것을 강렬하게 추구하고, 혁신적이며 창조적 노력을 기울입니다. 예술과 문학에 대해서, 학문과 진리에 대해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상 능력의 소유자이지요.

그들은 삶의 경험에 대해 싫증을 내거나 지루해하지 않습니다. 삶 속에서 느끼는 희열은 물론 고통과 아픔까지도 감사할 줄 알지요. 자아실현을 이룬 성숙한 사람들은 인생의 여러 가지 과정에서 때때로 종교적 경험과 비슷한 강렬하고 저항할 수 없는 황홀경과 경외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매슬로우는 이런 경험을 절정 경험(peak experience)이라고 불렀습니다.

   

무속인 역시 몰입을 하고 절정체험도 느낍니다. 흔히 말하는 신바람 난다는 표현도 무속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 신이 내리면(possession)’ ‘신난다(exciting)’는 것이죠. 예술행위에서 이루어지는 절정체험과 종교적 체험 사이에는 일정한 유사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을 말할 수는 있으되, 쉽게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경험들은 언제나 과학주의의 계량화에 묻혀서, 검증되고 실험될 수 없는 허위적 사실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스님이 범어(梵語) ‘옴마니반메훔이 서쪽에서 금빛으로 빛난다고 한다면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잖아요.

 

서울대 재료공학부 황농문 교수의 몰입교육법이 한때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그는 공부시간만 늘린다고 해서 효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자신의 실력보다 더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항상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몰입 과정을 거치면 학습결과도 좋아지고 사고력과 창의력이 커진다고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시험(학력고사, 취직?승진 시험 등)을 앞두고 공부에 빠져들었던경험이 있지요. 이런 경험은, 황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동적 몰입입니다. 마치 사슴이 사자에게 쫓길 때 죽기살기로 도망에 집중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죠. 또 어떤 문제를 보자마자 이 문제는 이렇게 풀면 되겠구나는 식으로 해결책이 떠오르는 문제라면 몰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니까, 몰입은 열심히 일하는 것(Work hard)’과도 다릅니다. 생각 없이 단순 반복적인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몰입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죠. 몰입은 깊이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Think hard)입니다.

어린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 놀이에 흠뻑 빠져들듯이 말이죠. 발달심리학자 쉐퍼(David R.Shaffer)는 이를 어린이에게 놀이는 진정한 사업이란 말로 표현합니다.

   

>>Tip

 

인생의 전환은 어느 날 갑자기의 결심에서 온다. 그런 전환의 성공은 갑자기꾸준히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게 실행하지 않는다. 너무나 지루하기 때문이다.

지루함만 견디어내면 성공처럼 확실하고 쉬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

하룻밤 사이에 성공하는 데 20년이 걸렸다(It takes twenty years to make an overnight success)

- 조용상 , 생존력중에서

   

>>핵심 키워드

몰입

자기실현의 욕구

신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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