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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으로 몸이 쏠리면? 다른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돼

자신의 부족함에 손 내밀어야

글 | 김승열 기자 2019-12-01 /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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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타기 이론에 대하여] 언젠가 워싱턴포스트메달의 행복순은 132등 순(Happiness on the medal stand? It's as simple as 1-3-2)’이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동 메달리스트의 만족도를 분석한 기사인데 아주 흥미로웠어요.

 

수영·레슬링·육상에서 2위와 3위를 한 선수들의 표정을 스포츠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보여준 뒤 평가하도록 한 결과, 동메달리스트들이 훨씬 행복한 모습이었다는 겁니다. 이와 비슷한 실험으로 사진작가 봅 윌링행이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도 경기사진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금메달리스트와 표정이 거의 비슷한 반면, 은메달리스트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진 선수들의 표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이유는 바로 선수들의 기대치 때문이었다고 칼럼은 분석했어요.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과 패배감 때문에 표정이 밝지 못하고, 동메달리스트는 노메달에 그칠 수도 있었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동메달에 감지덕지했다는 겁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동메달이 금메달로 보이지만, 은메달이 돌덩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에요.

 

다음은 미국 작가 델마 톰슨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2차 대전 중에 남편을 따라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있는 육군훈련소 인근으로 이사를 갔어요. 남편이 훈련에 나가면 통나무집에 달랑 혼자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곳은 섭씨 46도를 오르내리는 지독한 무더위에다 모래바람이 심한 지역이었다고 해요. 이웃들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 멕시코인과 인디언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상심한 나머지 친정아버지에게 도저히 못살겠다. 차라리 형무소가 낫겠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친정아버지의 답장이 왔는데 달랑 두 줄이 적혀있었어요.

   

감옥 문창살 사이로 내다보는 두 사람, 하나는 흙탕을 보고 하나는 별을 본다.

   

이 편지에 톰슨 부인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흙탕을 보고 절망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별을 보며 희망을 노래할 것인가는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이자 선택의 문제입니다. 마음의 행로에 따라 지옥이 천국으로 보일 수 있다는 얘기지요. 톰슨 부인은 이후 낯설었던 이웃들과 친구가 됐고 그곳 지형을 깊이 관찰한 끝에 빛나는 성벽이라는 책을 출판,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고 합니다.

 

한국인 피가 흐르는 미국축구 수퍼볼 스타인 하인스 워드는 어린 시절부터 미키마우스를 좋아했어요. 혼혈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따돌림과 손가락질, 그리고 가난 때문에 상처를 받았지만 항상 웃고 있는 미키마우스를 보고 긍정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는 경기 중 몸을 다치고 팔이 부러져도 웃고, 공을 놓쳐도, 터치다운을 해도 웃었어요. 그런 긍정의 자아상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습니다.

 

밧줄타기 이론이 있습니다. 밧줄에 매달릴 때 한 쪽으로 몸이 쏠리면 다른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옛날, 두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똑같은 죄를 범했습니다. 왕은 절벽을 가로지르는 밧줄을 팽팽하게 당겨 매도록 지시한 뒤 두 죄인에게 한 사람씩 차례로 밧줄을 타고 절벽을 건너도록 명령했지요. 성공하는 사람은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했습니다. 한 친구는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절벽을 건넜지만 다른 한 친구는 밧줄에 발을 올리는 것조차 무서워했습니다. 두려움을 느낀 친구가 이미 건너편에 간 친구에게 어떻게 건넜느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친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도 잘 모른다네. 내 몸이 한 쪽으로 쏠리면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네.”

 

어떤 일에 자신이 없고 두렵다면 그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면 됩니다. 악습을 고치기 위해선 그 반대편에 손을 내밀면 됩니다. 공부를 못하면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아주 단순한 이론이지만 이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부족함을 이겨내기 위해선 그 부족함에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괴테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벼운 사람은 진지하고 엄격한 면을 두루 보아야 하고, 엄격한 사람은 가볍고 편안한 면에 치중해야 한다. 강한 사람은 사랑스러운 면에, 사랑에 가득 찬 사람은 강인한 면에 치중해야 한다. 자신이 잘 기울어지는 본성을 멀리할수록 그만큼 각자는 자기의 본성을 잘 가꿀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의 부족함을 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죠. 그런데, 자신의 부족함을 타인과 비교한다면, 심리적 왜곡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웃효과(Neighbors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카를 마르크스는 집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주변의 집들이 똑같이 작다면 그것은 거주에 대한 모든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킨다. 만약 작은 집 옆에 궁전이 솟아오르면 그 작은 집은 오두막으로 위축된다고 했어요.

 

20103월 영국 위릭대학 크리스터퍼 보이스 교수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영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7년 동안 수입과 삶의 만족도를 추적했더니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과 만족감은 소득 크기와 비례하지 않더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는 누군가 더 큰 집을 사게 되면 현재 사는 집에 불만을 갖게 되고 더 큰 집을 쳐다보게 된다. 돈을 인생의 목적처럼 추구하는 사람은 행복해지는 정도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C.P.Kindleberger)는 저서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친구가 부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는 것은 없다고 했지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 자책하거나 교만하게 됩니다. 자책과 교만에 빠지면 가던 길을 잃게 되고 두려워지게 됩니다. 두려워지면 집착하게 되고, 집착은 욕심을 만들고 근심을 키웁니다. 근심이 많으면 불행하게 되지요.

 

리처드 레야드(R.Layard)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학생을 대상으로 당신은 연봉 5만 달러를 받고 남들은 당신의 절반만 받는 상황과 연봉 10만 달러를 받고 남들은 당신의 두 배를 받는 상황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응답자 대부분이 5만 달러를 받겠다고 했어요. 남 잘되는 건 싫다는 심리와 함께 상대적 박탈감보다 상대적 우월감을 즐기겠다는 인간 심리를 드러내는 조사였습니다. 레야드 교수는 수입의 증가와 행복은 비례하지 않으며, 타인과 자신의 수입을 비교하는 것이 불행의 지름길이라고 결론 내렸지요.

 

이게 바로 이웃효과입니다. 그 어떤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이웃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함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를 말합니다.

 

심리학자 쿨리(Charles Cooley)와 미드(George Mead)는 자아개념을, 타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 거울에 비친 자아라는 개념을 발달시켰습니다. 이를 거울자아(Looking-glass self) 이론이라 부릅니다.

 

, 다른 사람들(거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느냐에 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이지요. 만약 타인이 자신을 귀한 존재로 여기면 긍정적인 자아개념이 형성되지만 그 반대라면 열등한 존재라 생각한다는 것이죠.

 

우리를 비춰주는 거울들(타인들) 중 특히 중요시하는 거울이 있습니다. 부모나 교사, 또래처럼 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울들은 다른 거울들보다 더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거울에 비춰지는 내 모습진짜 내 모습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경우 자기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타인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또 다른 사람은 나를 능력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나는 나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아니라, 나 자신의 선택으로 내 삶을 결정합니다.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기대가 나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남이 나 대신 살아주지 않습니다. 내가 선택해서 나만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핵심 키워드

 

이웃효과(Neighbor effect) 주변의 또래나 이웃의 경제규모나 소비수준에 비춰 자신을 평가하려는 경향을 일컫는 말.

거울자아이론(Looking-glass self)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생김새를 거울에 반사된 영상을 통해 확인하듯 자아 역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사람의 반응을 통해 파악한다는 의미. 피그말리온 효과, 자기충족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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