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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열차여행의 즐거움

글 | 김승열 기자 2019-11-18 /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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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곤지암에서 강릉까지 가야할 일정이 생겼다. 서울이면 바로 강남 소속버스트미널에서 가면 2시간 40분 전후걸리는 그리 어려운 일정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이 아니어서 가는 편이 마땅치 않았다. 강릉에 적어도 8시 전까지는 도착해야했다. 그래서 한번 객기를 부려 보았다. 기차편을 찾아보니 11시20분에 청량리에서 강릉가는 무궁화편이 있었다. 강릉에 도착시간이 아침 5시 였다. 잠을 설치게 되어 주저가 되었지만 한번 호기를 부려보기로 했다.

 

일단 곤지암에서 청량리까지가 관건이다. 특히 곤지암역까지 가는 편도 걸어서 가면 1시간 가령 걸리기 때문이다. 밀린 기사를 정리하고 저녁 8시에 청량리역으로 향하였다. 마침 비가 내렸다. 비 내리는 곤지암 고수부지를 걷는 느낌은 좀 미묘했다. 가을비는 생각보다 많이 내렸다. 우산을 쓰고 있는 데에도 비를 많이 맞게 되었다. 그렇지만 날씨가 그리 춥지가 않아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시원하고 상큼한 느낌마져 들었다. 물론 비를 맞게 되어 그 기분이 반감된 것은 사실이다. 청량리에 도착시간이 거의 11시 였다. 왜 서울특별시민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지 알 수가 있었다. 서울에서는 모든 교통편이 편리하여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서울을 벗어나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 만큼 불편해짐을 의미한다. 그래서 서울로 모두가 올려고 하는 모양이다.

 

무궁화는 거의 모든 역에서 다 서는 모양이다. 전철이 없는 조그마한 역에서도 선다. 서는 역의 이름을 보니 익숙하다. 양동역, 원주역, 영월역, 주문진역 그리고 정동진역 등등. 갑자기 정동진 역이 나오니 반갑다. 새벽에 일출을 보기 위하여 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는 정동진 역이 도중에 있다니....그리고 보니 밤차임에도 빈자리가 없었다. 그만큼 인기가 좋아 보였다.

 

좌석도 적당히 쾌적했다. 그리고 난방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새롭고 좋아 보였다. 스쳐지나가는 승객들의 모습도 밝아 보였다. 드디어 정동진 역에 도착하니 상당수의 승객이 내렸다. 아마도 일출을 몰려고 단체로 온 모양이다. 갑자기 여기서 내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렇지만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보니 무궁화기차에 대한 강한 애정이 몰려왔다.

 

어쩌면 일상의 탈출과도 같은 완행 밤기차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탄 기차보다 못지 않은 쾌적함과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종착역이 바로 강릉역이었다. 강릉역의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너무나도 밝고 현대적인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은 천장이 인상적이었다. 갑자기 여독이 다 사라지는 느낌마져 들었다. 깜끔하고 아름다운 강릉역이 너무나도 반갑고 밝은 희망의 메세지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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