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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저작권법 지침의 의미와 파장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링 조항으로 크게 화두가 되었던 EU 저작권법 지침이 마침내 확정됐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이 집단적으로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 가운데 향후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 | 김승열 기자 2019-11-09 /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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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세와 업로드 필터링 조항으로 화두가 되어온 EU 저작권법 지침이 지난달 유럽의회에서 통과된 데 이어 지난 4월 15일 유럽이사회에서도 28개국 회원국 중 19개국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로써 관보에 등재하여 공고하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은 셈이다.
 
지침(Directive)은 일종의 표준법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법적 집행력을 가지는 별도의 실체법은 아니다. 다만 이 표준법안을 참조하여 EU 회원국이 각자의 실정에 맞게 수정하고 국내법으로 만들어 시행하게 된다. 표준법안의 내용 자체는 직접적인 집행력이 없지만 실질적인 실효성면에서는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각 회원국의 국내법 제정 작업은 2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EU 저작권법 지침 제12조부터 16조 사이에는 저작물 사용계약(Licensing Agreement)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조항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제16조는 저작물을 온라인으로 대중에게 제공하는 사업자는 저작물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적정한 보상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제17조에서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저작물이 업로드 된 경우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3가지 사항을 입증하여야 면책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자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고 ▲저작물이 함부로 침해되지 않도록 전문가로서 고도의 주의 의무를 다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였으며 ▲저작권자로부터 침해 통지를 받고 즉시 위 저작물 침해물을 차단, 삭제시키는 노력을 하면서 향후 불법 업로드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주의 의무의 이행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에는 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조항은 언론사, 저작권 단체 등 콘텐츠 사업자는 크게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반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구글, 유튜브 등은 이러한 저작권법 지침 제정작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여 왔다. 제정작업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동시에 인터넷 플랫폼 사업에 새로 진입하고자 하는 신규 내지 중소 사업자들에게 진입 장애가 되어 이들을 차별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맹비난을 퍼부었던 것이다. 심지어 구글은 이 법안이 시행되면 향후 EU에서 신문편집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최근 약간의 미묘한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터넷의 자율성을 강조하여 온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하여 정부, 국민, 기업 차원의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는 인터넷상에 유통되고 있는 업로드물의 내용과 관련하여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인터넷에 유통시키는 서비스 역할만을 강조하여 왔다. 이에 따라 아무런 책임이나 부담 없이 광고 등의 파생 수익을 독식하여 온 것이다.
 
그런데 저커버그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새로운 위험과 잠재 리스크를 정부나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제안한 것이다. 실로 놀라운 반전이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집단 총격사건이 여과 없이 중계된 데에 페이스북이 집중 비난을 받게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호주 정부는 이와 같은 영상이 별도의 여과 장치 없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 의하여 대중에게 제공될 경우에 총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법안까지 상정하였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업로드된 영상의 해악에 대하여 무책임한 입장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지경에 이르자 리스크가 새로운 현안으로 제기됐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하여 글로벌 공통 규제와 객관적 기준 설정을 먼저 주장한 것이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리스크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이를 최소화하고자 한 적극적 대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EU 저작권 지침상의 규제가 시행되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 측에서는 지금까지의 대응과 다른 의외의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를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인 대세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모델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EU 저작권법 지침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준 셈이다. 적정한 사업모델을 제시하여 이 난관을 극복하는 사업자는 승승장구하게 될 테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되어 소멸할 것이다. EU 저작권법 지침이 제시한 과제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게 새로운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모든 업로드물에 대하여 적정한 검증 내지 통제 지위와 권한을 법제도적으로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향력은 더 높이고 사업 이익도 증가시킬 여지가 있다. 초기에는 다소 혼란스러움이 불가피하겠지만 이 단계만 지나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의 지각 변동이다.
 
논란의 소지는 있겠지만 소비자의 시각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간 너무나도 많은 정보와 자료가 제한 없이 쏟아지다 보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유용한 자료보다 정크 자료가 남발되어 왔다. 업로드물에 대한 보상이 주어짐으로써 질이 개선되고 불법저작물도 제대로 차단되어 인터넷상의 빅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비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많은 혼란과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저커버그의 주장처럼 이제는 인터넷 세상에서도 규제에 의한 정돈·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EU 저작권법 지침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EU 저작권법 지침에 성급한 결론을 내기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파장이나 영향 등에 대하여는 조심스럽게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 한다. 거시적이고 광범위한 모니터링과 분석 결과에 따라 한국의 관련 법제도도 적정하게 수정·보완하려는 여유로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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