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정경학교(LSE) 법과대학의 중재법 전문교수를 만나기로 하여 런던을 재차 방문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근처 커피숍에서 크라상과 아메리카노 커피로 아침을 대신하고 있다보니 정확한 시간에 여성 한국인 변호사가 나타났다.
로펌이 보수적인 까닭에 인적사항을 밝히기를 꺼려 익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인사를 나눈 후 필자와 같은 학교를 나와서 더욱 반가웠다. 필자가 영국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아니할 텐데 세계적인 로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찬사를 하니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강한 내공이 느껴졌다.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후 뜻한 바 있어 영국 법대에 유학을 왔고, 영국 최고의 로펌에서 근무하다가 작년에 현재 로펌으로 스카우트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영국 유학 당시에도 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해 유학에 돈이 많이 들지 아니하였다며, 한국 청년들도 미국보다는 영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싶다고 하였다.
영국은 법대 학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좋은 로펌에 취직이 가능하고, 좋은 로펌에 취직해야 좋은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는데 이런 조건이 미국보다는 유리하다는 주장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미국의 경우 로스쿨이 법학 전문 대학원 과정이고, 또한 명문대학을 나오고 영어 등 분야에서 유리한 미국 로스쿨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로스쿨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영국에서는 학부에 법대가 있으니 고등학교를 갓 나온 영국 학부생들과 경쟁하는 데 있어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영국의 학부에 유학을 오는 경우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듣고 보니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한국인 여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여유 있고, 밝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현재의 변호사 활동에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에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기회가 되면 한국기업을 위한 기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였다.
특히 취업과 경제난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영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훌륭한 한국의 전문직업인을 바라보니 흐뭇한 마음과 함께 부러움이 들었다.
필자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와서 한국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해주는 시간을 가지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하자 자신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조만간 한국에 방문하여 글로벌 시대를 사는 한국의 젊은 법학도들에게 좋은 자극과 롤모델이 되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