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금의 조성 및 유통을 방지하는 것은 사회 불법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데 효율적 대처수단이다. 세계 각국은 자금세탁문제를 중요하게 다룬다. 자금세탁 방지제도란 국내외에서 이뤄지는 불법자금 세탁을 적발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말한다. 사법제도, 금융제도, 국제협력을 연계하는 종합관리시스템이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불법자금 모니터링 및 국제간 협력체제 지원을 위해 1989년 자금세탁 방지금융대책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 FATF)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산하기구로 설립됐다. 현재 회원국은 36개국에 이르고 한국은 2009년에 정회원이 되었다.
한국은 2008년 9월 3일 특정금융거래 보고법과 범죄수익규제법을 제정했고 금융정보분석원(Korea Financial Intelligence Unit: FIU)을 설립했다. 2009년에는 협박을 목적으로 한 자금조달 행위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자금세탁 방지의 법체계를 구성했다.
기본적인 구성은 금융기관들이 불법자금 거래라고 의심되는 거래를 신고하고 일정한 규모 이상의 고액현금 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에 분석한 거래 내용을 심의회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수사기관, 국세청 등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 특정금융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보고대상인 고액 현금거래 범위를 1,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보고대상 금융기관도 전자금융 거래업자와 자산 500억원 이상의 대부업자로 범위를 넓혔다.
금융기관 등에 강제된 의심거래와 고액현금거래 등에 관한 보고의무는 상당히 엄격하다. 이를 게을리할 경우에 금융기관에 대한 불이익이 상당하다. 위반시 과태료 내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국제관계에서 이와 같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금융공통망 사용이 제한될 수 있어 극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국제 마약이나 테러 자금을 차단하는 데에 효율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에 각국의 규제 당국에서도 특별히 신경을 쓴다. 이들 거래를 직접 취급하는 금융기관으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보고의무 대상자가 일정한 범위의 금융기관에 한정되기 때문에 이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고의무를 강제해야 할 것이다. 가상화폐가 외환규제 등을 회피할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이들 기관에 실효성 있는 의무부과 및 제재가 필요하다.
이들 거래에 관여될 수 있는 변호사 등의 직업군에 대해도 엄격한 강제의무가 필요하다. 공증인의 공증업무 수행과정에서도 자금세탁으로 의심될 경우에 이를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 역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외는 이와 같은 의무가 일반화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미흡한 점이 있어 조속한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국제적 협력시스템의 구축 역시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선결돼야 할 부분은 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의 인적 및 물적 지원이다. 현재는 업무 수행이 주로 파견직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계가 존재한다. 금융정보분석원의 합리적인 지배구조 문제도 차제에 검토·보완할 필요가 있다. 불법 자금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활용하는 금융정보분석원의 역할과 기능이 어느 때보다 증대되고 있는 시점, 그 역할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 자금세탁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조속하게 이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