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업이 각광을 받고 더욱 더 활발해 짐에 따라 스포츠 분쟁 역시 더 복잡해지고 또한 그 분쟁 건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스포츠 분쟁의 대표적인 유형을 살펴 보면 먼저 심판의 판정에 대한 불복, 징계 문제, 선수 자격시비 그리고 도핑 문제 등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들 분쟁에 대하여 일반 법원에 의한 해결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스포츠 분쟁의 특성상 스포츠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하여 신속하고 경제적이며 비공개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그 해결 절차는 일반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일단 스포츠 단체 내부절차에 의한 해결이 우선 모색될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스포츠 단체 내의 전문 기구가 미흡하여 아쉬운 면이 있다. 스포츠 단체 내의 결정에 불복하게 되면 종국적으로는 최종 관할권이 있는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간 국제 올림픽위원회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올림픽 경기 등 국제 경기에 있어서는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가 최종적인 판정권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과거 유명한 수영선수인 박태완 등이 이 판정을 통하여 구제된 바 있다. 이는 국제 스포츠 단체의 회칙상에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의 관할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면 이 판정에 불만이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판정 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부분에 대하여서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판정에 손해배상 부분이 없어서 법원에 이에 대한 청구를 하는 경우는 달리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의 판정사항 그 자체에 대하여 법원에 그 효력 여부를 다툴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서는 통일된 답변은 어렵고 각국의 법원의 태도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과거 이 문제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안을 한번 살펴 보자. 즉 국제 스포츠 단체의 회칙에 의한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의 전속관할 규정은 그 효력이 없고 법원이 해당 분쟁에 대한 관할권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가능할 것인가? 그 중의 하나가 Pechstein이라는 스케이트 선수가 국제 스케이트 연맹을 상대로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의 관할 규정은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독일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안을 들수 있다. 이에 1심에서는 관할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그런데 2심은 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 관할 규정은 효력이 없고 이의 중재인단 구성 역시 국제 스케이트 연맹과 관련된 사람으로만 구성되는 등 편파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그 판정의 효력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독일 연방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명쾌한 판정을 내렸다.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의 관할 규정은 적법하고, 국제 스포츠 중재 법원의 중재인 구성도 독립적이고 편파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독일 헌법 및 EU 인권 협정상 선수의 인권역시 달리 침해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국제 스케이트 연맹기구가 비록 독점적인 단체의 성격을 가지나 자신들의 권리를 남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독일에 한정될 수도 있으나 이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미국에서도 Reynolds라는 육상 선수가 국제 아마추어 육상선수 연맹을 상대로 이와 유사하게 국제 중재재판소의 판정에 대하여 불복하여 이를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미국연방 지방법원은 Reynolds의 주장을 받아 들여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의 결정에 배치되는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연방 항소심 법원은 미국법원이 국제 아마추어 육상 선수 연맹에 대한 인적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각하하였다. 그 이유는 당해 소송이 제기된 오하이오 주에는 피고 연맹의 사무실도 없고 또한 이 연맹 주관의 경기대회도 열린 적이 없는 등 최소한의 접촉(Minimum Contact)이 없다는 이유였다. 선수는 이 결정에 대하여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상고가 받아 들여지지 아니하여 최종 확정되었다.
만일 미국 법원의 인적관할권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미국법원은 과연 어떠한 판결을 하였을까?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독일법원과 같은 태도를 보일 것으로 일응 추측된다. 왜냐하면 그간 미국법원은 전통적으로 중재판정에 대하여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들 사례들은 스포츠 분쟁에 있어서 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가 최종적인 해결기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여 준 셈이다. 따라서 현재는 스포츠 분쟁의 경우 국제 스포츠 중재 법원을 통한 분쟁 해결이 일반적인 절차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는 스위스 로잔에 위치하고 국제 올림픽위원회와는 달리 독립된 기구로서 별도의 스포츠 중재평의회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 그 주된 기구는 일반부, 항소부. 도핑전담부. 임시 분쟁부 그리고 뉴욕과 시드니의 각 지사로 구성된다. 임시 분쟁부는 올림픽 경기가 열리면 그 올림픽 개최 현장에 설치되는 임시 사무실이다. 이는 "24시간내의 분쟁해결"을 원칙으로 하여 신속한 분쟁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중재 절차에 있어서도 화상회의 등 온라인 절차를 많이 도입하여 분쟁 당사자의 편익을 도모하고 있다. 연간 분쟁 건수는 400여 건에 정도에 이르고 이와 관련한 비용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00만원 전후로 비교적 저렴하게 운용된다. 이와 같이 그 운용 등에 있어서 분쟁 해결 기구의 좋은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다른 전문 분쟁해결기구 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아니하다.
아시다시피 국내에도 2006년에 스포츠 전문 분쟁 해결기구가 설치되었으나 그간 실적이 없어서 2009년에 폐지되었다. 따라서 현재는 스포츠 분쟁과 관련하여서는 대한 상사중재원, 법원 내지 국제 스포츠 중재재판소에서 분쟁 해결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차제에 스포츠 분야에서의 각종 갈등이나 분쟁을 전담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전문 기구가 국내에도 설치되어 스포츠 분쟁의 특성에 맞는 전문화된 분쟁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스포츠 분쟁 전문인력의 양성과 아울러 이 기구의 실효성있는 운영이 중요하다. 대한 체육회뿐만 아니라 특히 국제 스포츠 중재 법원과의 긴밀한 업무 유대 및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나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추구하는 국내 스포츠 분쟁 전문 해결기구의 새로운 탄생을 감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