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강화된 복장 규정을 시행한 지 두 달 정도가 됐다. 새로운 드레스코드는 간단히 말해 너무 짧은 미니스커트나 가슴골이 드러나는 상의의 착용을 금지한 것이다. 위반한 경우 벌금 1,000달러를 내야 하고 회수가 늘어날 때마다 2배의 벌금이 부과된다.
표현의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골프 복장 규제를 한다고 했을 때 상당히 놀라웠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에는 ‘단정한 복장’ 등의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규정만 있을 뿐 규제가 엄격하지 않다.
시행 이후에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번 드레스코드는 골프라는 스포츠의 규칙 제·개정 분야에서 절차적인 측면과 규제범위의 정당성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스포츠에서 규칙은 일반 사회에서의 법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규칙의 제정은 절차적인 정당성이 담보돼야 한다. 규칙 제정 권한을 가진 기구 내에서 합리적인 절차가 지켜져야 하고 선수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돼야 하며 시행 시기의 적정성이 보장돼야 하는 등 민주적이어야 한다. 또 규제 내용과 범위도 헌법적인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없는지 등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 전년도 대회 우승자가 불참할 때 상당한 불이익을 주도록 해 논란이 됐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규정도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복장이 골프의 기본적인 격식과 에티켓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성급하게 급조된 규칙은 선수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보다는 오히려 선수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선수들과의 합리적인 의견 수렴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선수 보호라는 측면과도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다. 경기단체 등 일부 관계자의 가치관에 의해 규정이 일방적으로 제·개정돼서는 안 되며 이런 규정이 선수들의 자유로운 활동에 제약이 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협회가 선수들의 보호보다 군림하는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에만 치중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라 할 것이다. 차제에 스포츠 분야의 기본 틀인 규칙 제·개정의 합리적인 절차 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