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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깜박임으로 이룬 소통과 교감의 순간

군중 속의 고독이 실감난다. 온라인 세상은 더 없이 넓다. 의사소통도 빈번하다. 그럼에도 외로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진정한 소통과 교감의 순간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순수한 교감을 통하여 서로 각자의 존재와 삶을 인식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장 도미니크 보비와 대필자 클로드 망디 빌가의 소통과 교류는 필자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Alone & Together'의 정점을 보여준 것이다. 아름답고 순수하며 소소한 행복 자체이다.

글 | 김승열 법률큐레이터,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9-09-04 /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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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자인 클로드와 도미니크와의 소통과 교감의 매 순간들이다. 이를 통하여 위대한 알파벳 하나하나를 창조한 것이다. 클로드가 “ a, b, c......”라고 부른다. 이를 들은 도미니크가 자기가 원하는 앞파벳에서 왼쪽 눈을 깜박인다. 그러면 클로드는 해당 알파벳을 부르면서 확인을 한다. 그리곤 노트에 그 알파벳을 기재한다. 그리고 단어를 완성한다. 나아가 문장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순간인가?

세상은 양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식과 행동의 세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세상. 인간은 자유를 구한다. 또한 끊임없는 소통 역시 추구한다. 자유와 자유로 부터의 도피를 구하는 셈이다. 양 극단 다 가지고 싶은 것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의식세계는 무한한 자유의 세상이다. 그러나 행동의 세계는 다르다. 타인의 삶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상에서 소통을 구해본다. 그러나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더 외롭다. 이에 새로운 세상인 온라인 상에서 소통을 추구해 본다. 의외로 쉽다. 이에 더 나아가게 된다. 그리곤 자유 또한 추구해 본다. 이 역시 가능하다. 행복해 한다. 그리고 편안한 자기만의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모두 들 온라인 세상에 빠져 든다. 이를 디지털 코쿠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의 욕망 내지 욕심의 산물로 보인다. 자유로우면서 더불어 다 같이 소통하고자 하는 욕심.

의식의 세계는 한없이 자유롭다. 상상의 나래는 끝이 없다. 그러나 타인과의 삶과 연결되는 행동에는 제약이 따른다. 법, 도덕, 예의, 체면 기타 등등. 그럼에도 끝없이 무한히 소통하고자 한다. 특히 사랑을 열망한다. 사랑을 통하여 자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말하는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에 한정되지 않는다. 순수한 소통과 교감 그 자체를 말할 뿐이다. 이를 통하여 각자의 존재를 서로 느끼는 것이다.

최근 필자는 자유와 소통의 정점을 발견하였다. <잠수 벨트와 나비(Diving Belt and Butterfly)>에서의 집필 과정의 바로 그 예이다. 이 책은 널리 알려져 있다. 누구나 추천하는 책이기도 하다. 필자는 그 책의 내용보다는 그 집필 과정에 초점을 두고 싶다. 극한 상황에서의 'Alone & Together'이다. 의식의 자유로움과 순수한 소통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장 도미니크 보비다. 그는 프랑스 여성 잡지 ‘Elle’의 편집장이었다. 그야말로 파리의 화려한 사교계 총아였다. 누구나 부러워 하는 삶을 즐겼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뇌졸중에 걸린 것이다. 2주만에 깨어났다. 그러나 전신마비였다. 유일하게 왼쪽 눈만 깜박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의식은 온전하였다. 다만 행동이 안될 따름이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이다. 말이나 글이 아닌 눈의 깜박임으로 소통하기로 한 것이다. 잡지사 전 직원인 클로드 망디 빌가의 도움을 받았다. 클로드가 알파벳을 하나하나 읽었다. 그중 자신이 원하는 알파벳이 나오면 눈을 깜박이기로 한 것이다. 15개월 동안 20만번 이상의 깜박임으로 책을 저술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책을 집필한 것도 위대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더 경이롭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대필자인 클로드와 도미니크와의 소통과 교감의 매 순간들이다. 이를 통하여 위대한 알파벳 하나하나를 창조한 것이다. 클로드가 “a, b, c…….”라고 부른다. 이를 들은 도미니크가 자기가 원하는 앞파벳에서 왼쪽 눈을 깜박인다. 그러면 클로드는 해당 알파벳을 부르면서 확인을 한다. 그리곤 노트에 그 알파벳을 기재한다. 그리고 단어를 완성한다. 나아가 문장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순간인가? 두 사람은 각자 서로 다른 행동을 하였다. 알파벳을 읽고, 눈을 깜박인 것이다. 그러면서 상호 교감의 지점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 하나의 창조물이 탄생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그 과정에서 무한한 행복과 보람을 찾았을 것임에 분명하다. 도미니크는 의식의 세계에서 자신 스스로 완전한 자유를 즐겼다.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 역시 행동으로 만끽한 것이다. 클로드 역시 도미니크의 의식 세계로 여행을 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클로드 혼자만 허락된 권한이었다. 물론 엄청난 희생의 순간이다. 순수한 감정이 없으면 결코 불가능할 것이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완전한 소통과 교감을 이루어 낸 것이다. 그 어느 누구의 도움이나 방해도 없었다. 적어도 15개월 동안 20 만번 이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낀 것이다.  

무엇보다도 클로드의 위대한 희생과 순수함이 더 빛나 보인다. 순수한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클로드의 헌신이 도미니크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삶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이 책을 접한 모든 사람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것이다. 또한 필자에게는 큰 깨달음을 주었다. 고독하지만 나만의 자유로움은 중요하다. 그러나 순수한 소통과 교감의 순간 역시 그 못지 않게 매혹적인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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