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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사법 권한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이다. 따라서 법원의 주인은 당연히 국민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하여 잘못 인식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대리인에 불과한 법원 소속 공무원이 본인인 국민의 편익을 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함은 명확한 진리이다. 만에 하나 본인보다 대리인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서 대리인자격 박탈 사유임에 분명하다. 이것이 바로 법원칙이고 건전한 상식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이런 점은 범사회적 공론화를 통하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글 | 김승열 법률큐레이터,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9-08-19 /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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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나 입법부의 경우에는 그간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사법부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피고인에 대하여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으니 여전히 군림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와 같은 접근은 문제가 적지 않다.

법원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기사가 눈에 띄인다. 그러고 보니 이와 같은 질문을 공개적으로 던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 이 문제가 다툼으로 번진다면 이는 법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최종적 해석권자는 판사다. 그렇다면 판결로서 어떻게 답할 것인가?

 법원 청사를 보자.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민원인 내지 사법소비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는 당초에 설계상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빛발치는 비난으로 외부에 엘리베이터 빌딩을 새로 건축해 본 건물과 연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 5층까지 법정이 있지만 계단으로 걸어가게 설계되어 있었다. 사법소비자 중 노약자나 장애자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노약자가 아니라도 당연히 엘리베이터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본 건물 가운데 있는 엘리베이터는 법관 내지 법원직원 전용이었다. 이를 통하여 법정으로 갈 수가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도 법원장 등 고위법관 전용이었다. 일반 민원인이 차를 몰고 가면 수위 등이 일반 민원인의 출입을 통제하였다. 적어도 수년 전까지는 그렇게 하였다. 지방에 가면 더욱 더 심하다. 사법 소비자가 사용하는 법정은 다 건물 뒤편으로 가야 한다. 정문 등은 주로 법관이나 법원직원용이다. 어느 시골의 법원에서 놀란 적이 있었다. 건물 가운데에 엘리베이터가 몇 개 있었다. 이에 법정에 갈려고 이를 타려고 하자, 수위가 제동을 걸었다. 놀라서 왜 그러느냐고 하자 일반인은 출입금지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엘리베티어 앞에 있는 표지판을 가리켰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를 사진을 찍어서 신문 등에 고발하고자 하였다. 그러다가 흐지부지되었는데 지금도 여전한 것으로 보였다.

이와 같은 청사 운영형태와 관행을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느 정도 분명해 보인다. 즉 법원의 주인은 법관이나 법원의 직원일 것이다. 그러하지 않고서는 위와 같은 청사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다.

만에 하나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다면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법원의 주인은 사법소비자인 국민이다. 법관이나 법원의 직원은 사법소비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심부름 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급여도 국민이 지급한다. 국민이 낸 세금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것인가? 대리인 비용이 생각났다. 대리인을 고용하였더니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인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을 철저하게 감시 감독하기 위하여 필요한 비용이 바로 대리인 비용이다. 현재와 같이 법원이 운영된다면 대리인 비용은 그 적정성을 넘은 셈이 될 것이다.

필자가 7년에 일간지에 처음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었다. 그 제목은 '국민을 판결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자'였다. 당시 부러진 화살 등의 예를 들면서 법원의 편협된 시각을 비난한 것이었다. 그 이후 칼럼을 지금까지 1,000편 전후하여 써왔다. 그런데 법원의 태도는 그 때와 변화가 그리 많지 아니한 느낌이다. 물론 많이 좋아진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기본적인 시각은 변하지 않아 보인다. 즉 법원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하여 제대로 답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행정부나 입법부의 경우에는 그간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사법부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피고인에 대하여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으니 여전히 군림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와 같은 접근은 문제가 적지 않다.

특히 형사재판에서 형사법 원칙에 따른 재판운영 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양형 기준도 경직되어 있다. 양형 기준이 법원 편의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양형 기준에 따른 형식적 적용에 따른 문제점이 많이 노정되고 있다. 양형 기준이 좀 더 현실성 있게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업데이트도 미흡하다. 그러다가 보니 일반 상식과 괴리된 판결이 양산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영향력 있는 권력이나 여론에 부합하는 듯한 판결 역시 없지 않다. 그 과정에 형사재판과 관련하여 변호사비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기형적인 법률비즈니스문화를 양산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전관변호사들의 몫으로 보인다. 다소 무리한 보석이나 재판절차진행 등이 아니라면 그와 같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어떻게 변호사비용으로 건네질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 그와 같은 무리한 점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만 형사사건에서 수백억원 수준의 변호사비용이 오고 가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국가 자원 낭비다. 왜곡된 비즈니스영역의 창출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적정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독일식 형사 변호사 비용 제도가 벤치마킹되어야 할 것이다. 일부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공판절차에 의한 심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심각하게 재검토할 부분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차제에 ‘법원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좀 더 진지한 성찰과 범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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