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형 성인용품(“리얼돌”)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최근 대법원은 이의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찬반 논란이 심각하다. 나아가 초상권 등의 문제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인기 연예인 모습으로의 주문제작까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관세청에서 리얼돌에 대한 수입통관보류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이 제기되었다. 1심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그 논거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논리에 기초하였다. 개인의 프라이브시권 내지 자기 결정권 등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돌을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단순한 성인용 성적기구로 볼 수도 있다. 반면 여성을 성도구화하는 물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먼저 리얼돌을 음란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물론 특정 사람의 형태를 그대로 복사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최근 제작기술의 발달이다. 특정 연예인 내지 지인의 얼굴 등을 맞춤형으로 제작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를 3차원의 복제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를 음란물로 볼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물론 특정인의 사진복제품으로 볼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다. 즉 그 형태를 흉내낸 것으로 볼 수는 있다. 따라서 사진 내지 동영상과는 다르다. 적어도 입체복사물은 아닌 셈이다.
외국의 경우는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는 리얼돌에 대한 직접적 형사 규제는 없어 보인다. 개인적인 프라이버시권 내지 표현의 자유의 측면에서 용인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동복제 리얼돌의 경우는 달리 취급되고 있다. 즉 아동모형의 리얼돌의 경우는 그 사회적 해악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하여 아동성적 학대가 조장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아동모형 리얼돌에 대하여는 각국의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신문 보도상으로 보면 영국이나 호주의 경우는 아동복제 리얼돌에 대하여는 판매, 소지 등에 대하여 형사적인 처벌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이의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법안이 제기되어 현재 논의 중이다. 플로리다주의 경우는 10월부터 이를 규제하는 형사법인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판매. 소지하는 경우는 1급 경범죄로 본다. 2차 위반시는 5년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리얼돌을 형법상의 ‘음란한 물건’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음란물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보자. 이는 “일반적으로 성욕을 자극하거나 정상적인 성윤리를 해치는 영화, 도서, 사진, 비디오, 만화 등을 총칭”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음란한 물건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논거에 따를 경우 반론에 직면하게 된다. 즉 그렇다면 성인용품 역시 모두 이를 음란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타 반대 논거도 다양하다. 표현의 자유. 성적 자기 결정권. 사적인 프라이버시 권 등등. 따라서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의 열쇠는 국회가 가진다. 즉 입법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입법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렇기에 외국에서도 리얼돌 자체를 음란물로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유명연예인이나 지인의 모습이나 형상을 본 따 리얼돌을 제작사용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문제 해당 연예인이나 지인의 경우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여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하여 어떤 법적 규제가 가능한가? 가능하다고 보면 그 근거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초상권침해이다. 동일성 내지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면 초상권침해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민사적 청구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형사적 처벌은? 관련 근거 규정이 다소 불명확하다. 따라서 이의 공론화가 불가피하다. 가능하면 이에 대한 입법적 근거법령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동 성폭행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국가에서는 아동모형 리얼돌에 대하여 엄격하게 형사적 규제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이에 대한 근거 규정이 전혀 없다. 이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적정한 수준의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진입하였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인조 로봇으로 합성된 인조 인간은 조만간 탄생할 것이다. 이들이 세상에 나타나면 문제는 좀 더 복잡해 질 것이다. 점진적으로 인조 인간이 인간을 일부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나 연인 역할도 이들로 대체될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에 대한 적정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 추세는 달리 거역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에 맞는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의 성소수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 유사한 주장 가능성이 있다. 즉 인조 인간에 대한 성적 취향을 주장하는 자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이를 과연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그저 반사회적인 행위로만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혼란과 혼동의 시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어쩌면 시대에 맞는 혁신적 가치관의 정립이 새로이 요구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