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관련 대법원판결이 논란거리이다. 게임규칙 관련한 판결이다. 그간 대법원은 게임규칙을 아이디어로 보았다. 따라서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 엿보였다. 종전의 입장과는 다르다. 저작권의 보호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저작권은 양면성을 가진다. 공중의 공유와 창작자의 보호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아이디어와 표현의 개념이 도출되었다. 그렇다면 아이디어는 무엇이고 표현은 무엇일까? 이의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먼저 이의 개념 등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저작권 이해에 대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쉽게 말하면 공중의 공유영역에 있는 것이 아이디어이다. 이에 창작자의 독창성이 가미된 것을 표현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의 구분에는 가치판단이 개입된다. 즉 공중의 공유 영역과 창작자의 배타적 영역으로의 구분이다. 따라서 현실적 사안에서 이의 구분은 그리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인터넷 게임의 규칙은 어디에 속할까? 법원에서는 아이디어 영역으로 취급해 왔다. 이는 자유로운 창작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상식과의 괴리가 발생된다. 독창적 아이디어가 가미된 규칙은 보호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쉽게 정리하면 규칙 관련 사항에 대하여는 그 창작성에 대하여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두고 있는 셈이다.
문제가 된 사안을 살펴보자. 외국 모바일 게임사가 국내 게임유통사를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주된 요지는 자신들의 게임과 캐릭터만 다르고 시나리오와 규칙 등이 유사하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에 1심은 게임규칙의 조합은 표현이 아닌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규칙들의 실행형태, 효과 그래픽 등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보았다. 이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부정경쟁행위로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랐다. 게임규칙 등 게임 구성 요소 들의 각각의 개별적 창작성 판단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들 요소들의 배열과 조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창작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상호 유사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에 저작권 침해로 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의 아이디어로 취급된 부분에서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면이 있다. 이는 그 보호 범위를 넓히고자 한 의도에서 시도되었다. 즉 창작의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에 대한 저작권성을 확대 적용하려는 의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인터넷 게임 업계의 파장은 클 것이다. 인기 게임이 나오면 그저 이를 베껴서 사용하는 관행에 대한 제동을 걸 것이다. 법원이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하여 좀도 심도있는 심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의 침해 여부는 이론적으로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원 저작물이 있어야 한다. 침해저작물이 원 저작물에 ‘의거’하여 복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양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 ‘의거’는 쉽게 설명하면 원저작물을 보고 이에 기초해 복제했다는 의미이다. ‘실질적 유사성’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영역에서 판단된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각각의 구성요소의 배역이나 조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법상 보호 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적어도 이를 위한 전향적 자세를 표명한 것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방향은 바람직하다. 필자 역시 이에 공감한다. 나아가 이는 법과 상식과의 괴리를 좁혀 줄 것이다. 그리고 창작의욕을 고취시킬 것이다. 이는 인터넷 게임의 장기적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물론 저작권의 미래에 대하여는 상반된 예측이 공존한다. 창작자의 독점적 배타적 권리에 대하여 부정적 견해가 있다. 저작권이 문화발전에 역행한다고 본다. 이들은 저작권 무용론을 주장한다. 나아가 지나친 저작권자의 보호를 비판한다. 실제 사후 70년간 저작권의 보호에 대하여는 다소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저작권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저작권이 창작의 성취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 어느 이론이 정확한지는 모른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무임승차의 폐해는 규제될 필요가 있다. 창작에의 노력과 투자에 대한 적정한 보상은 필요하다.
현재 인터넷 게임업계의 현실을 보자.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는 데에 인색하다. 그저 베끼기에 급급한 면이 없지 않다. 이런 인터넷 게임업계에 이번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제 정정당당하게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체 경쟁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글로벌 전략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를 위한 사회지원 인프라가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