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목할만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름 아닌 분할연금수급권과 재산분할약정과의 관계이다. 통상적으로 이혼하는 경우 재산분할 등을 하게 된다. 이 경우 국민연금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것인가? 이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당연히 재산 분할 대상이 된다. 그런데 국민연금에 대하여 별도의 합의가 없는 경우 국민연금에 대한 분할청구가 가능할까? 결론은 가능하다. 이는 국민연금법상 별도로 인정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가사노동을 한 배우자에게 분할연금수급권이 가지는 그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차제에 국민연금법상 분할연금 수급권에 대하여 한 번 살펴보자. 그리고 이 권리와 재산분할과의 관계도 제대로 분석하여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결에서 문제가 된 사안은 살펴보자. A는 부인 B와 재판상 이혼 절차에서 상호조정 합의를 했다. A는 아파트를 가지고 그 대신 B에게 1억7,000 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재산분할청구는 서로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후 B는 A의 연금분할 지급 청구를 요구하였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수용했다. 그러자 A는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연금분할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 2심은 A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분할연금수급권은 국민연금법상 별도로 인정되는 권리로 보았다. 따라서 추가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기로 하여도 이와 관계없이 B는 연금분할수급권을 가진다고 본 것이다.
이런 법리판단은 일견 보기에 조금 혼란스럽다. 국민연금 역시 재산분할대상이다. 그런데 국민연금등에 대하여 달리 재산 분할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이런 사정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B가 연금분할수급권이 있다고 판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대법원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자 합목적적 차원의 법리 해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에서 국민연금분할에 대한 당사자 사이의 달리 별도의 합의는 없었다. 당사자들 사이에 아파트 분할 등 이외는 달리 재산분할의 합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재산분할도 포기한 것으로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A의 승소판결은 좀 의외이다. 일반적인 법리 해석상으로는 A의 승소판결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측컨대 대법원의 판단 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당사자 들은 분할연금수급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당사자 사이의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었다. 이 사안에서 전문가의 조력 등의 적정한 조언이 있었다면 연금분할수급권리 역시 이를 적정하게 나뉘어졌을 것이다. 즉 당사자 사이에 이에 대한 재산분할 약정이 없는 경우에 어떻게 당사자사이의 의사를 해석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연금분할수급권을 국민연금법상 별도의 권리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좀더 사법소비자 친화적인 판결로 보인다.
연금분할 청구권은 국민연금법 제64조에 규정되어 있다. 그 내용 역시 일정한 요건 충족시 상대방 이혼배우자가 가지는 권리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 요건은 4가지다. 1. 혼인 기간이 5년 이상, 2. 배우자와 이혼, 3.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수급권자 4. 청구권자의 나이가 60살에 이르러야 한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 규정에 의하여 새로이 창설된 권리로 본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이 권리에 대한 명시적인 포기가 없었는지가 관건이다. 단지 추가적인 재산분할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약정만으로는 분할연금 수급권의 포기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안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없을까? 이는 간단하다. 이혼합의서 등에 ‘연금분할수급권“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이를 포기한다는 약정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이번 판결 사안의 경우에는 이 권리를 명시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이를 명시적으로 포기한다는 약정도 없었다. 이에 대법원은 상대적인 약자인 가사노동종사자의 권익을 배려한 것이다. 즉 이를 옹호하기 위한 합목적적인 판결을 하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경제적 약자에 좀 더 친화적인 판결이다. 그 판시 논거 역시 깔끔해 보인다.
이제 한국도 고령화 시대로 들어왔다. 그리고 황혼이혼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분할연금수급권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권리에 대하여 명시적인 재산분할 합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이 권리는 별도로 존속한다. 그리고 국민연금법상 별도의 권리로 행사될 수 있다. 다만 이 권리를 포기하고자 하는 경우는 좀 더 명확히 약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아니하면 재산분할합의와 관계없이 별도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분할연금수급권을 재산분할과는 별도로 국민연금법상 독자적인 권리로 이를 인정한 판결이다. 일견 간단해 보이지면 그 의미가 크다. 이혼시 재산분할 등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판결에 의하여 연금분할 수급권은 재산분할과는 별도로 인정됨을 명확하게 했다. 따라서 재산분할 약정시 이점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재산분할 약정시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재산 분할 시 그 구체적인 재산을 특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다음은 이들 재산이 부부공동의 노력으로 그 가치가 증가되었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는 각국의 법제가 역시 서로 다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부부공동재산을 하나의 공통체 재산으로 본다. 이에 이를 ’Community Property’로 부른다.
그 어느 법제에서도 이 질문 즉 부부공동의 노력에 의한 재산인지에 대한 답이 관건이다. 긍정적인 답변이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아니라면 이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이 경우 당사자 사이의 명확한 약정이 우선적으로 존중된다. 다만 이에 대한 의사표시 등이 불분명한 경우가 문제이다. 이과 관련하여 연금분할수급권에 대한 권리성을 이번 대법원판결에서 명확하게 하였다.
즉 재산분할약정과는 별도로 국민연금법이 독자적으로 인정하는 별도의 권리로 본것이다. 현실상황에서도 이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달리 당사자 사이에 재산분할에 대한 합의가 없어도 국민연금법의 규정에 의하여 그 권리가 독자적으로 인정된다. 즉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재산분할이 없어도 상대방 배우자에게 그 권리가 국민연금법에 의하여 인정되고 보호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