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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대한 국제관할권

외국인 사이의 분쟁도 한국 법원이 관여할 수 있을까? 최근 중국인 사이의 대여금 분쟁에 대하여 한국 법원이 판결이 내려 화제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는 인적관할권의 문제이다. 원고는 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원고 스스로가 한국 법원에서 판결을 구하고 있어 이는 스스로 인적관할을 자인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피고인데 미국의 경우는 최소 접촉(Minimu Contact) 이론에 의하여 판단한다. 즉 미국과 어느 정도의 관계성이 있는지를 따진다. 영업 활동, 마케팅 등등의 활동이 있으면 미국 법원의 인적관할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 없다. 다만 국제사법상으로 보면 당사자가 한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글 | 김승열 법률큐레이터, 한송온라인리걸&컨설팅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2019-06-21 /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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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원은 관할권 부분에 좀 더 명확한 법적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인적 관할에서 실질적 관련성 기준은 나름 이해가 가나, 분쟁 사안이 실질적 관련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한국 법원이 외국인에 대하여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분쟁 사안은 실질 관련성이 있어도 당사자들에 대한 인적 관할권이 없다면 한국 법원이 판결을 내릴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신문지상에 소개된 대법원 판례가 눈에 띈다. 특히 용어가 생소하다. 국제관할권이라는 용어이다. 소개된 판례는 외국인 사이의 분쟁이었는데 대법원은 외국에서 외국인들 사이에 생긴 분쟁도 한국 법원이 국제관할권을 가질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정확한 용어는 국제재판관할권이다. 이 용어는 국제사법 제2조에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안을 살펴보자. 중국인 A씨가 중국인 B씨에게 500만 위안을 빌려주었으나 이를 갚지 않았다. B씨는 제주도의 부동산과 적지 않은 국내은행 예금이 있었다. B씨는 중국을 떠나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A씨는 위 부동산과 예금에 대하여 가압류를 하였다. 그리고 한국 법원에 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 사안에서 우선 적용법은 중국법이다. 중국인들 사이의 분쟁이고 자금 대여도 중국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인데 한국 법원이 관할을 가질까. 1심은 B씨가 한국에 재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한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B씨가 한국에 재산이 있고 이를 A씨가 가압류하였으므로 청구의 실효성 있는 집행을 위하여 한국 법원에 소송할 실익이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 역시 이를 지지하여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의 해석의 문제이다. 이는 다소 추상적이다. 법원이 구체적인 경우에 사안별로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이 건에서 한 번 살펴보자. 먼저 원고 A씨는 한국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였다. 자신이 한국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고 이에 따르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동의에 의한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B씨는 한국에 거주하고, 한국 부동산을 소유하며 은행에 예금한 사실이 있다. 이는 곧 거주자로서, 한국 부동산 소유자로서, 은행 예금채권의 채권자로서 한국 법원의 관할을 스스로 인정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런 연유로 둘 다 중국인이지만 해당 건의 경우에 한국 법원이 판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해당 국가의 재판관할권이 있는지 여부는 인적 관할권(Personal Jurisdiction)의 존재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쉽게 말하면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지면 당연히 법원의 관할권이 미친다. 해당 국가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 나라에 주소나 거소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해당국가의 법원에서 사법권을 행사하여도 달리 불측의 피해 가능성을 없애기 위함이다. 

미국의 경우는 관할행사에 있어서 독특한 개념을 사용한다. 최소 접촉(Minimum Contact)이라는 개념이다. 미국에 특정업무 때문에 방문하거나 기업마케팅이나 영업을 한 경우는 최소 접촉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 미국 법원이 재판 관할권을 행사하더라도 행위자로서도 당연히 그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한국 법원은 어떻게 판단한 것일까? 한국 법원은 B씨가 한국에 거주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일반적으로 거주지가 한국에 있으면 한국 법원에 관할권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한국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었다. 그만큼 한국에 투자를 한 것으로 한국과의 관련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예금자산도 있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한국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는 것이 당사자에게 예기치 못한 사법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법원의 관할권 부분에 좀 더 명확한 법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인적 관할에서 실질적 관련성 기준은 나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분쟁이 된 사안이 실질적 관련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한국 법원이 외국인에 대하여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즉 분쟁이 된 사안은 실질적 관련성이 있어도 당사자들에 대한 인적 관할권이 없다면 한국 법원이 판결을 내릴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제에 대법원에서는 한국 법원의 인적 관할에 대하여 좀 더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 여행이나 방문 시 해당 국가의 관할권 존재여부 부분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만일 외국 법원에 관할이 있다면 해당 법원의 판결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문화의 차이, 사고방식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외국 법원이 내릴 판결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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