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법학회 세미나가 시안에서 거행되었다. 그중 필자가 참여하기로 한 세션의 주제는 ‘재한 중국인의 권익보호’였다. 이는 몇 개의 소주제로 나뉘어졌다. 난민문제, 국가 대 투자가분쟁, 양국의 일식이익제도차이, 재한중국인의 법률원조 등이다. 종합토론자로 초청을 받고 처음에는 다소 주저되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는 의미 있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참여하고 그 분위기를 즐기고자 한다.
그간 여러 일상으로 심신이 모두 지친 상태였다. 그렇지만 시안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시안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시안의 첫 인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필자가 느낀 중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런 인상은 이번 방문길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벼운 설렘마저 가져다 주었다. 날씨 역시 청명하였다. 비행시간은 대략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막상 내리니 뜨거운 기운이 먼저 반겼다. 서울보다 더 더웠다. 다행히 시안 총영사관 측에서 여러모로 배려해주었다. 덕분에 편하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시안대학교 정문 앞에 있었고 깔끔하였다. 비용도 합리적이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호텔로 보였다. 중국의 대학교는 호텔을 직접 운영한다. 학생의 기숙사 또는 방문학자의 숙소 등 여러 용도로 잘 활용한다. 한국 대학교도 이를 참조하면 좋겠다.
잠시 주변을 거닐어 보았다. 젊은 대학생들의 밝은 기운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리 잘 알려진 대학은 아니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랬다. 학교 건물자체가 상당히 웅장하였고 학교 앞의 식당, 상점 등도 깔끔하였다. 그간 중국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중국 특유의 향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밝고 젊은 중국의 현대 분위기만 느껴질 뿐이었다. 이는 바로 필자의 기분을 좋게 했다. 무엇보다 깔끔함이 감사할 정도였다.
마침 저녁은 총영사께서 공관으로 초청하였다. 영사관 분위기가 궁금하였다. 세미나에 발표하는 일행 여덟 분이 함께 했다. 영사관은 아담하면서도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알고 보니 총영사께서 중국에서 법학박사를 받으신 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세미나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한·중 간의 이해증진을 도모하는 세미나로 의미있는 행보로 여겨졌다. 이국땅에서 총영사관의 지원은 그 의미가 새롭다. 이 자리를 빌어 여러모로 지원해주시고 자리를 빛내어 주신 김병권 총영사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시안은 진나라, 수나라, 당나라 등 여러 왕조시대의 수도였다. 실제로 중국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한다. 그리고 중화(中崋)에서 中은 가운데를 지칭한다. 중국의 가장 중심이 바로 시안이다. 그리고 崋는 화산(崋山)의 화(崋)를 의미한다. 따라서 “最中國 看西安”이라 한다. ‘중국의 최고는 시안을 보는 것’이란 뜻이다.
시안은 가로세로로 300km와 700km를 차지하는 거대한 분지이다. 그 주변에는 높고 험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물자도 풍부하다. 또한 천혜의 요새이기도 하다. 이런 연유로 그간 여러 왕조의 수도로 자리매김해 왔다.
과거는 실크로드의 시발점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Belt and Road Initiative”의 역사적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도시 전체가 상당히 활기가 넘쳐흘렀다.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 역시 밝고 힘차 보였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시안은 인상 깊은 도시이다. 먼저 도시가 깔끔하다. 모든 도로가 사각형으로 잘 정리되었고 길이 넓고 곧았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다. 현대 고층 건물이 보이는 반면 시내 가운데에 잘 보존된 고성이 있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다. 과거 명나라 시대의 성곽이 고풍스럽다. 특히 밤의 조명이 이색적이다. 매력적인 야경 그 자체이다.
총영사를 비롯하여 일행 모두가 다 중국 전문가였다. 중국 이야기는 끝이 날 줄을 몰랐다. 한중관계의 현안 및 개선 방안도 논의되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중국 역사가 그대로 묻어 나왔다. 이역만리 중국 고성의 밤은 깊어갔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하다. 진나라와 당나라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 고요하고 감미로운 시간여행이다. 시안의 여름밤은 기분 좋을 정도로 시원했다. 스치는 바람마저 유난히 상큼했다. 습기가 적어서인지 깔끔했다. 마치 고요한 경주에 온 느낌이다. 실제 시안을 중국의 경주로 비유하기도 한다. 알고 보니 한국의 경주와 시안은 서로 자매 결연도시이다. 흥미로운 발견이다.
과거 역사로 돌아가 본다. 과거 당나라 시절이다. 장안과 경주가 서로 교류하는 모습이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느낌이다. 도시 분위기와 음식 문화가 이를 잘 보존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시안과 경주 모두가 흡사하다. 필자는 그간 중국 출장 시 고민이 있었다. 바로 음식이다. 그런데 시안에서는 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음식이 중국적이지 않다. 오히려 한국적이다.
시안은 중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이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다. 벌써 두 번째 만남이다. 우연 이상의 필연이 느껴진다. 무엇인가 즐거운 미래가 나타날 것 같다. 시안의 미래는 긍정적이다. 새로운 역사의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글로벌 프로젝트 “Belt and Road Initiative”의 구심점이다. 필자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가능하면 ‘시안’에 머무르고 싶다. 이의 관건은 글로벌 프로젝트와 한국과의 연결이다. 물론 여기에 남북경협 문제가 얽혀있다. 느낌상 미래는 밝아 보인다.
이제 한국에게 중국은 하나의 세계 이상이다. 물론 지정학적으로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건전한 관계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강력한 그 무엇이 필요하다. 가까울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과 적정한 간격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다 함께 협업과 상생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야 한다. 물론 각론적으로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적정한 관계설정이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파트너 의식과 신뢰구축이다. 협업과 상생이 그 출발점이다. “Belt and Road Initiative”가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시안이 바로 그 구심점이다. 오늘 ‘한여름밤의 꿈(?)’이 필자 가슴속에 한없이 남기를 바란다. 그리고 향후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끝없는 날개짓에만 이에 전념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