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에 키고 (KIKO) 사건이 재조사된다. 금융감독원 차원이다. 이미 2013년에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그것도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결론은 은행 측 손을 들어 주었다. 신기하게도 반대의견이 전혀 없었다. 여기에 변수가 나타났다. 사법부 국정 농단 가능성이다. 심지어 재심까지도 거론한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다만 어려운 문제이다. 이에 금감원이 타협안을 내었다. 법적 절차에 이르지 않은 사건에 대한 재논의 방안이 그 예이다. 파장은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나름 의미있는 작업이다.
먼저 키코(KIKO)란 무엇인가? 상한(Knock-In)과 하한(Knock-Out)의 약자이다. 환율의 약정 범위를 지칭한다. 이는 그 범위 내 환율 변동 시 약정환율을 적용하는 파생금융 상품이다. 문제는 이 범위를 벗어날 때에 있다. 하한으로 떨어지면 계약은 무효가 된다. 상한 이상의 상황이 실제 문제가 되었다. 그 경우 소비자는 약정액의 1-2 배 환율부담을 진다. 그 당시 전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환율이 급등하였다. 그 구간을 넘는 상황이 발생된 것이다. 이는 곧 재앙으로 돌아왔다. 우수 중소기업이 흑자 도산하게 된 것이다.
그럼 파생상품은 무엇일까? 전통적 금융상품에 대비된다. 주식과 채권은 전통적 금융상품이다. 이의 가치 변동과 연계된 2차 상품을 말한다. 그래서 이름이 파생상품 (Derivatives)이다. 대표적인 것인 선도거래, 선물, 옵션, 스왑이다. 이는 다시 시장에 따라 장내와 장외로 구분된다. 장내 파생상품은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표준화되어 있다. 따라서 문제의 소지가 거의 없다. 문제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개별거래에 기초한다. 따라서 상품에 정확한 이해가 전제된다. 키코가 바로 그 단적인 예이다.
키코와 관련된 법적 문제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두 가지이다. 상품 자체의 결함문제이다. 이는 환 리스크 헷지 상품이다. 즉 일종의 보험이다. 그런데 그 안에 엄청난 폭탄이 숨겨진 셈이다. 즉 비합의 구간에 대한 위험성이다. 그 영역에서는 기본적인 헷지(리스크 관리) 기능이 전혀 없다. 즉 일부 구간에 한정된 보험 상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보험 상품이 아니었다. 여기에 설계상의 문제가 제기된다. 또 하나는 불완전 판매 부분이다. 이런 위험성을 소비자에게 설명하였는가가 문제가 된다.
대법원은 상품 자체는 불공정하지 않다고 보았다. 환율변동의 확률적 분포를 고려하여 쌍방의 기대이익이 대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이는 일정 구간에만 적용되는 논리이다. 전체 구간을 보면 다르다. 소비자는 엄청난 리스크로 내몰렸다. 그리고 실제 그 재앙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환율 보험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 이점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였다. 물론 이에 대한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좀 더 본질적이고 전체적인 접근이 미흡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결함은 구매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소비자는 환 리스크 보험을 구매하고자 하였다.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의 위반문제가 발생된 것이다. 불완전 판매에 따른 법적 책임이다.
또 하나는 사기 가능성이다. 이와 같은 잠재적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고 판매한 행위는 사기가 될 수 있다. 실제 미국 등의 경우는 이를 사기에 준한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거액의 범칙금을 납부하고 화해한 사례가 실제 있다.
한국에서의 키코 문제 해결은 아쉬움을 남긴다. 혹자는 다 끝난 사건을 왜 들추어 내느냐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냥 슬그머니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적어도 다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이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소위 말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한 불공정한 사례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에 대한 사회대응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못한 대표사례이다. 금융당국, 사법기관, 범죄조사기관, 언론 모두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중소기업은 그냥 당한 것이다. 그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특히 법의 최종 보루인 사법부 차원에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전문성있는 사법심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문제를 접근하는 시각이 교정되어야 한다. 키코 건의 경우는 처음부터 불공정의 소지가 있었다. 복잡한 파생상품은 금융전문가 역시 이해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금융소비자의 보호에 좀 더 충실한 접근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견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찮을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본연의 역할 차원에서 재고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
차제에 금융당국 차원의 재논의가 어렵게 이루어진 만큼 의미있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마무리 역시 긍정적으로 이루질 필요가 있다. 갈수록 사회는 전문화를 지향한다. 이 지점에서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소비자 보호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이번 키코 재논의를 좀 더 긍정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사회지원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역사적 작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논의과정에서 모든 문제점이 점검되고 나아가 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좀더 여유를 가지고 이 문제점 들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의미있는 장정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