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일부터 7월1일까지 해외 예금계좌 신고 기간이다. 해외 예금 잔액이 하루라도 5억 원이 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시는 20%의 과태료와 미소명의 경우도 20%의 과태료 대상이 된다. 미신고 금액의 총계가 50억 원이 넘으면 형사처벌까지 된다.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냐고 비난할지 모른다. 사실 필자도 이러한 신고 대상이라면 좋겠다. “극히 소수의 부자들만의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는 반문이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신고의무는 곧 확대될 것이다. 조만간 이런 신고는 일부 부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미국은 그 신고 대상 금액이 실질적으로 1만 달러이다. 물론 해외 예금계좌 신고의무 금액은 미혼은 7만 달러, 기혼은 15만 달러이다. 그러나 고액 현금거래 신고의무에 의하면 그 금액이 현저히 낮게 된 것이다. 즉 고액 현금거래의 신고는 미 국내와 해외 모두 공히 적용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권자, 영주권자 등은 이를 재무부에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시 그 불이익이 상당하다
신고대상은 현금만이 아니다. 주식, 채권, 보험 상품 등을 포함한다.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신고제도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이는 2010년 미국의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에서 비롯되었다. 해외 불법 자금의 관리 및 통제 차원이다. 미 국내에서도 특이 자금은 신고대상이다. 즉 고액현금거래와 의심거래가 바로 그 예이다. 이 규정이 해외에도 적용된 셈이다. 불법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국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한국도 2011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서 이를 규정한 것이다. 해외예금계좌신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럼 이런 법제도는 왜 생긴 것일까? 불법자금의 추적 및 관리 차원이다. 이를 위해 자국의 거주자에게 자발적 신고의무를 부과했다. 국내와 해외의 차별을 없앤 셈이다. 그 필요성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2009년 미국정부와 스위스 UBS 은행과의 충돌사건이다. 그 발단은 미국 정부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UBS 계좌에 있는 미 국민의 금융정보를 요청한 것이다. 당시 스위스는 금융비밀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다. 이에 이를 거절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 UBS 금융계좌 동결까지 거론했다. 강경하게 대응한 것이다. 서로 힘 겨루는 양상이었다. 그 싸움은 힘의 논리에 의하여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UBS가 항복한 것이다. 4,000여 명의 미국인 계좌 정보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이로써 스위스의 금융비밀주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돈은 세금이 낮고 규제가 느슨한 곳으로 이동한다. 문제는 불법자금이다. 이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이에 각국은 이의 규제에 전력을 다한다. 해외 금융의 투명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는 곧 불법 자금 파악 및 규제에서 중요한 필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일부 걸림돌이 있다. 바로 조세회피지역 등이 그 단적인 예이다. 이들은 금융비밀주의를 채택한다. 따라서 각국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즉 해외 금융정보의 공유를 요구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 양자 간 내지 다자간 국제협정을 체결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세회피지역도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현재 한국도 79개국과 금융정보를 교환한다. 2019년 말에는 그 수자가 103개국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금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즉 정보공유가 되지 아니하는 조세회피지역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투명하지 않은 틈새를 노린다. 해외 금융의 취약지대로의 이동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응한 각국의 노력 역시 만만찮아 보인다. 국제 공조나 자발적 신고를 통한 규제를 더욱 더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것이 있다. 가상화폐이다. 정식 화폐는 아니지만 제한적 화폐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즉 비제도권에 있는 지불수단이다. 이와 같이 애매한 성격이 매력적으로 와닿게 했다. 규제의 사각지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해외에 금융상품이 아니라 가상 화폐를 보유한 경우를 가정하자. 이 경우 이를 신고할 의무가 있을까? 현행법상으로는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또한 금융상품으로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의 보유는 신고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법의 맹점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즉 이를 이용할 수요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가상화폐의 남용가능성이 증대한다. 자금 흐름이 이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대책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이와 유사한 문제가 실제 발생했다. 한국 거주자의 해외 가상화폐거래소와의 거래가 그 예이다. 이 경우 이를 외국환거래법상 예금거래로 볼 것인가? 예금거래라면 이는 신고대상이다. 미신고는 법위반이다. 즉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예금거래에 준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에 외국환거래법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달랐다.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했다. 이 부분에서 가상화폐의 수요가 증대할 여지가 있다. 즉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엄청난 자금이 몰릴 가능성에 있다. 이 대목이 곧 가상화폐가 악용될 지점이다. 즉 자금세탁 등의 수단으로의 효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의 가상화폐에 대한 각국의 태도는 천차만별이다. 최근 이스라엘 법원 판결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보인다. 현재의 규제 관점과 이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 화폐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았다. 이를 부가가치세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 역시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법상으로는 달리 화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할 방안이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 가상화폐는 화폐는 아니나 제한적 범위 내에서 화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를 정식 화폐로 볼 수는 없다. 여기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규제의 필요성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이 애매한 특성은 모두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렇다고 가상화폐를 일반 상품으로 보는 것 역시 어색하다. 궁극적으로 이의 특성에 맞는 적정한 규제가 불가피하다.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적어도 자금세탁 등으로 악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상당 기간 가상화폐에 대한 명쾌한 입장 정리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대목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공론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가상화폐의 장점은 최대한 이를 살려야 한다. 그러나 파생되는 부작용은 이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적정한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확실한 예측과 입장을 취하기 어렵다. 그 잠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현재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밖에 없다. 모두의 집단 지성에 의존할 수밖에.
미래의 먹거리는 해외이다. 글로벌 시장이 목표시장이다. 해외자금운용은 투명성이 중요하다. 그 안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어차피 해외로의 도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원칙만은 지켜져야 한다. 호흡을 길게 하고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