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권에 관한 명쾌한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2015년 상가 임대차 보호법에서 ‘을’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권’ 조항이 신설되었다. 문제는 이 권리의 존속 기간이다. 상가 임대차 계약 갱신 요구권은 10년(과거 5년)간 보장될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기간을 지난 경우에도 이 권리가 보호될 것인가? 이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의 판결은 나뉘었다. 이를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보증금 회수청구권과 임대차 계약 갱신요구권은 별도이다. 따라서 계약 기간과 관련 없이 보호되어야 한다. 이러한 해석이 임대인의 권한을 과도히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반대되는 견해의 논리역시 간명하다. 권리금회수권은 갱신요구권에 기초한다. 따라서 달리 갱신요구권이 없는 경우에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리적 이해관계 조절에 기초했다. 놀랍게도 하급심에서는 이와 같은 판결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이 이에 관한 입장을 최종 정리한 것이다. 그 요지는 간단하다. 두 권리는 별도의 권리이다. 이와 관련한 법의 취지 역시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권리금 회수청구권은 계약 기간과는 별도로 보호된다. 이러한 해석이 임대인의 사용 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아니한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을 어떻게 이해할까? 논리적으로는 명쾌하다. 여기에 다가 입법 취지를 존중하였다. 그리고 좀 더 사회주의적인 논리가 감안되었다. ‘을’을 보호한 판결이다. 즉 실질적 정의와 형평을 강조한 것이다.
필자 역시 기본적으로 위 대법원 판결에 공감한다. 법 논리적으로도 명쾌하다. 권리금의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보면 당연하다. 임차인의 노력에 의한 가치상승분이 바로 권리금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당한 권리자는 임차인이다. 계약 기간과 관련 없이 위 가치 증가분 즉 권리금은 임차인 몫이다. 그리고 법상으로는 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청구권까지 명시하고 있다. 권리금 보호에 대한 명시적인 제한이 없다. 그렇다면 이 보호권이 계약 기간에 의하여 달리 제한될 수 있을 것인가? 제한이 필요하였다면 그 당시에 이점을 명백하게 규정했을 것이다. 달리 명시적인 제한이 없다면 이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대법원판결은 위 권리금회수권을 부여한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
참고로 EU 국가에서는 상가 임대가 임차인의 거의 종신(?) 기간 동안 보장된다. 그만큼 임차인의 의사에 반하여 임차인을 내보내는 것이 어렵다. 일견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아가 임대인의 계약 자유의 침해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이 추구하는 실질적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보면 명쾌하다.
임대인은 임료만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너무 과도하거나 과소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법은 이런 측면에서는 임대인을 철저하게 보호한다. 그러나 이 목적을 넘어서까지는 법이 보호하지는 않는 다. 즉 정당한 임료가 침해되지 않는다면 임대인의 시각에서는 달리 문제가 없다. 이에 반하여 임차인은 다르다. 그간 자신의 소유는 아니지만 임차 목적물에 대한 가치를 자신의 노력으로 증가하였다. 그렇다면 이 가치에 대한 권리는 전적으로 임차인의 몫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의 경우 EU 등의 시각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EU의 경우는 사회주의 적인 색채가 높다. 다만 사회주의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은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주의의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 전체 구성원에게 실질적인 정의와 형평을 보장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소위 말하는 ‘갑을 문화’에 대한 문제점 제기도 같은 맥락이다.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의의 관점에서 ‘갑’의 횡포는 용납될 수 없다. 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법이 추구하는 가치의 문제이다. 즉 법의 정신이라는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원의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아니한다. 법원은 추상적인 법을 실제 사안에서 구체화한다. 즉 현실에서 법이 무엇인지를 선언한다. 추상 세계의 법을 현실세계에 적용한다. 추상적 개념(법)을 개별사안(분쟁사안)에서 구체화(적용)한다. 즉 현실 세계의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의 가치와 정신인 ‘실질적 정의와 형평‘을 구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모두가 공감하는 원칙과 상식을 재확인해주었다. 여름과 같이 후덥찌건한 요즈음 봄날씨에 한줄기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